‘별그대’는 ‘구운몽’ 패러디?

입력 2016-10-13 17:38

중국에서 폭발적인 한류를 불러일으켰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17세기 고전 소설 ‘구운몽’을 상당부분 차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의 대중문화와 고전의 관련성이 커 고전의 번역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바바라 왈 독일 함부르크대 교수(전문 번역가)는 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 주최로 열린 제15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에서 한국 TV 드라마의 성공요인을 ‘무국적성’에서 찾는 기존 담론에 반기를 들었다. ‘한류 팬에게 있어 한국 고전문학의 의미’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서다.

왈 교수는 한국의 TV 드라마에서 한국 고전문학을 단순 참조 혹은 암시에 그치기도 하지만, 명백히 차용하기도 한다면서 예로 ‘별그대’(2013∼2014)와 ‘상속자들’(2013)을 들었다.

별그대와 구운몽은 무엇보다 구조적인 면에서 상응한다. 별그대의 주인공 도민준(김수현 분·사진)과 구운몽 주인공 양소유는 모두 천상계에서 인간세계로 떨어졌다. 공통적인 원인도 호기심탓이었다. 두 사람 모두 지상에 묶이게 계기가 미래의 연인과의 첫 만남 때이며 이들이 자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오직 제한된 시간 동안에만 지상에 머무른다는 설정도 닮았다.

남주인공의 캐릭터 설정도 비슷하다. 양소유가 과거에서 장원급제한바 있고, 도민준은 하버드 출신이다. 두 인물 모두 유한성을 뛰어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즉 둘 다 나이를 먹지 않고, 도민준은 시간을 정지한 채 순간이동 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는 ‘구운몽’이 대사로 여러 차례 언급되기도 하고, 도민준은 ‘내 인생의 책’으로 구운몽을 꼽기도 한다.

드라마 ‘상속자들’에서는 아버지의 혼외 자식으로 태어난 남자 주인공 김탄(이민호 분)이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고, 형제를 형제라 부르지 못해 한탄하는 상황이 설정돼 있다. 이는 조선 후기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에서 호부호형(呼父呼兄)하지 못하는 홍길동의 상황을 명백히 패러디한 것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