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자치통감을 읽다] 문학가 아닌 정치가가 쓴 역사 ‘자치통감’

입력 2016-10-13 19:13

‘자치통감’은 사마광이 중국 전국시대부터 송나라 건국까지 1362년간의 역사를 294권 300만자로 기록한 책이다. 사마천의 ‘사기’와 쌍벽을 이루는 중국 역사학의 명저로 꼽힌다. 중국 푸단대 역사학 교수인 장펑은 “사기는 문학가가 쓴 역사이고, 자치통감은 정치가가 쓴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두 책을 구분했다.

사마광은 재상을 지낸 송대 최고위 정치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오로지 국가의 흥망성쇠에 관한 백성의 생사고락에 관계된 일, 그리고 법도로 삼을 만한 선한 일과 경계로 삼을 만한 악한 일을 취하여”를 편찬 기준으로 삼아 황제를 위시한 제국의 고위 관리들이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을 만들고자 했다. 자치통감이 ‘제왕학의 교과서’ ‘중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정치교과서’로 불리는 이유가 거기 있다.

자치통감은 마오쩌둥이 17번 통독했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중국에서는 현대에도 사랑받는 책이고, 일본과 한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읽혀왔다. 너무 방대해 다 읽을 수가 없기 때문에 요약본이 다수 제작됐다. ‘자치통감을 읽다’는 장펑 교수가 자치통감의 정수를 뽑고 해설을 붙여 한 권으로 요약한 것으로 현대 독자들을 자치통감 읽기로 인도한다.

저자는 자치통감의 메시지를 현대 사회의 공동체 윤리로 매끈하게 재가공한다. 책은 수신, 제가, 치도라는 세 항목으로 구성했는데, 각 항목은 개인, 가정과 조직 구성원, 사회와 국가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자질과 소양을 다룬다. 그가 특히 강조하는 건 신독(愼獨)이다. 혼자 있을 때도 언행을 절제하고 삼가는 수양의 자세를 뜻하는 신독을 개인의 윤리만이 아니라 시민의 덕성으로, 공중질서의 바탕으로 조명한다.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와 서늘한 교훈, 그리고 동양적 가치의 현대적 의미까지 두루 보여준다.

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