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지진 발생 후 한 달째인 12일 지진 진앙인 경주에서 일본의 지진·지질전문가 이노우에 다이에이(70) 박사를 만났다. 신경주역 회의실에서 만난 그는 “경주에서 지난달 12일 발생한 규모 5.8 지진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낮으며 원전의 경우 내진 등 공학적 설계만 제대로 돼 있으면 강진에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주 지진 연구를 위해 방한했다.
현재 일본전력중앙연구원(CRIEPI) 명예 자문 연구원인 이노우에 박사는 다수의 일본 전력회사에서 지질 고문 등으로 활동한 응용지질학 전문가다. 일본 원전과 활성단층의 관련성에 대해 30년 가까이 연구했다. 우리나라의 지질과 활성단층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다.
이노우에 박사는 지진에는 판(지각, 지구의 표면을 덮고 있는 두께 100㎞ 정도의 암반)이 다른 판 밑으로 밀려들어가면서 발생하는 ‘판 경계 지진’과 판이 끊어지거나 어긋나면서 발생하는 ‘판 내 지진’, 판의 경계에서 떨어져 있는 육지 쪽 단층이 흔들려 발생하는 ‘내륙지각 내 지진’이 있는데 경주 지진은 이 중 내륙지각 내 지진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모 5.0대 지진은 일본에서 1년에 70∼80회 일어날 정도로 흔한데 경주 지진도 규모 5.8로 큰 지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경험상 강진이 난 곳에서 다시 큰 규모 지진이 난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경주 지진을 촉발한 원인에 대해서는 “활성단층에 의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지진이 지하 깊은 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활성단층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했다. 동일본 지진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근거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계속되는 여진이 더 큰 규모의 지진 전조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470회 이상 여진이 발생한 것도 일반적이라고 했다. 여진은 본진 이후 주변 단층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규모 2.0대 여진이 한 달 이상 계속되는데 이 과정에서 3.0∼4.0대 여진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으로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측이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1995년 고베지진 후 정부에서 지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진확률 자료를 만들었는데 거의 맞는 것이 없다”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질학회에서 지진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학적 설계만 제대로 됐다면 원전은 안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일정 진동 이상이면 원전 가동을 멈추는 장치 등 내진설계가 돼 있다면 규모 6.5 이상의 강진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활성단층과 활동성단층(내진설계상 고려하는 단층)을 구분해야 한다고도 했다. 활성단층은 지질연대 4기(250만년 전∼현재) 이후에 움직인 적이 있는 지층을 뜻하는데 원전이 고려해야 하는 것은 활성단층이 아니라 활성단층 개념 안에 포함된 활동성단층이라는 것이다. 활동성단층은 50만년 동안 2∼3번 움직였거나 3만5000년 안에 1번 이상 움직인 단층이다.
그는 “지진이 양산단층 아래에서 발생했지만 지진 관련성은 여진 분포 등을 더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며 “원전 인근에 활성단층이 있어도 안전에 문제가 없고 활동성단층이라 해도 규정대로 설계하면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인터뷰] 日 지진 전문가 이노우에 박사 “원전, 내진 설계만 제대로 됐다면 강진에도 견딜 것”
입력 2016-10-1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