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대우조선… 맥킨지 “빅3 중 회생 힘들어”
입력 2016-10-13 00:00
글로벌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조선업계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중 대우조선해양이 살아남기 가장 어렵다는 분석 결과를 낸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대우조선은 “터무니없고 비합리적인 보고서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선 업황의 부진과 수주 절벽이 계속될 경우 법정관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이 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하면 이대로 고사시키기는 어렵다는 의견이지만 추가 유동성을 지원할 경우 혈세 낭비라는 지적은 불 보듯 뻔하다.
금융 당국과 채권단 관계자 등에 따르면 맥킨지는 보고서 초안에 대우조선이 2020년까지 3조3000억원대 자금 부족으로 생존이 어렵다는 내용을 담았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통한 추정이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6월 맥킨지에 업계 전망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했었다.
대우조선 “엉터리 보고서”
대우조선은 “(맥킨지 보고서는) 자사의 향후 전략과 자구노력이 반영되지 않은 납득할 수 없는 보고서”라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협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도 “보고서가 현실과 괴리된 전제를 두고 있어 비합리적인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3사가 공통적으로 인정하지 못한다면 보고서도 의견 중 하나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도 대우조선의 수주 절벽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데는 공감한다. 대우조선은 연초 수주 목표액을 100억 달러 이상으로 잡았지만 지난 6월 65억 달러로 수정하는 등 최악의 수주 절벽에 시달리고 있다. 이마저도 현재 16%(9억9000만 달러) 정도밖에 달성하지 못했고 연말까지 35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우조선이 추진 중인 자구계획은 65억 달러 수주를 전제로 작성됐다. 이 때문에 조선 업계 및 채권단 안팎에선 지난해 지원된 4조2000억원 외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당장 대우조선이 내년에 갚아야 할 회사채만 9400억원 수준이다.
정부 “추가 유동성 지원 없다”
하지만 정부는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유동성 지원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신규 유동성을 넣을 수 없다는 대원칙은 변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추가 자금 지원을 얘기하면 회사의 자구노력이 느슨해질 수 있다”며 “지금은 자구노력에 초점을 맞출 때”라고 말했다. 대우조선도 올해 안으로 임직원 규모를 3000명 줄인 1만명 이하로 축소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상황에 따라 보유 중인 플로팅 독 3기를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금융 당국은 우선 자본잠식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보유지분의 감자를 고려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상황이 악화되면 기존 지원 자금 4조2000억원 중 쓰지 않은 1조원을 가용할 수도 있다. 수주 절벽이 계속될 경우를 대비해 마련했던 2조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도 선택지 중 하나다. 채권단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건 맞지만 당장 추가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이달 발표할 조선산업 구조조정 계획에도 대우조선에 대한 자구안 강화 등이 주로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선택의 순간은 온다
자구노력과 출자전환 정도로는 대우조선이 위기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추가 유동성 지원과 법정관리 중 선택을 내려야 할 순간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이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되면 협력사의 연쇄 도산으로 한진해운보다 더 큰 충격파가 올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나머지 빅2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된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부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얘기”라며 “대우조선이 문을 닫게 되면 수출입은행은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으로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부가 물린 돈이 많아서 대우조선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