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옮겨온 ‘작은 학교’ 논란
입력 2016-10-13 00:04
서울시교육청이 전교생 200명 규모의 ‘작은 학교’를 전폭 지원하기로 했다. 옛 도심에 위치한 학교를 살리고 지역 명소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정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는 ‘인구절벽’으로 학령인구가 줄자 전교생 240명 이하 학교를 없애거나 인근 학교끼리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작은 학교’냐 ‘적정 규모 학교’냐를 둘러싼 대립은 농어촌 지역에서 대도시로 확산될 조짐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내년부터 ‘서울형 작은 학교’ 정책을 시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서울교육청은 교동초등학교 등 8개 학교를 ‘서울형 작은 학교’ 정책의 모델학교로 지정했다. 8개 학교 가운데 재동초등학교를 제외한 7곳은 학생 수가 200명이 안 된다. 서울교육청은 학생 수 200명 미만의 초등학교 14곳 가운데 폐교나 이전·재배치가 예정된 7곳을 제외하고 선정했다. 재동초등학교(학생 수 217명)는 역사가 100년이 넘었고 도심에 있다는 상징성을 고려했다.
서울교육청은 8개 학교에 9억3500만원을 투입해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교동초등학교는 1894년 개교한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학교다. 이곳에 학교역사박물관인 ‘교통역사관’(가칭)을 세운다. 산속에 있는 북한산초등학교의 경우 생태·환경 교육, 야영 활동을 확대한다. 아침과 저녁시간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스톱 에듀케어 지원시스템’(한강초등학교)을 확대하고, 스쿨버스(북한산·용암·한강초등학교)도 운영한다.
보호자 직장이 종로구나 용산구 등 도심에 있으면 해당 학구의 학생이 아니더라도 이 지역의 작은 학교 전학이나 입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작은 학교에 일하기를 희망하는 교장과 교사를 이들 학교에 우선 임명한다. 역사박물관이나 공예체험실 등을 지역주민에게 부분 개방해 지역명소로도 육성할 예정이다.
조 교육감은 “학교 통폐합과 별개로 도심의 작은 학교를 최대한 살리고 최후의 수단으로 통폐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의 ‘작은 학교’ 정책에 교육부는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공식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교육부는 지난 7월 ‘적정규모 학교 육성 강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통폐합 쪽에 무게를 실어왔다. 학교 규모가 작아지면서 교육여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해 12월 31일에는 도시지역 초등학교의 적정규모 육성 권고기준을 ‘200명 이하’에서 ‘240명 이하’로 강화했다. 초등학교를 폐교하면 최대 60억원, 중·고등학교를 폐교하면 인센티브(최대 110억원)를 준다.
학생 수는 줄고 있는데 뉴타운 개발 등으로 초등학교 숫자가 늘면서 학교당 학생 수는 더 감소하는 추세다. 2005년 401만명이던 초등학생은 올해 266만9497명까지 하락했다. 반면 초등학교 숫자는 2005년 5629개에서 올해 5981개로 증가했다. 전국 초등학교 가운데 학생 수가 240명 이하인 학교는 2419곳에 이른다.
그러나 교육의 통폐합 정책에 반발해 왔던 전북·전남·충남 등 일부 시·도교육청은 서울교육청의 작은 학교 정책을 반기고 있다. 농어촌지역 작은 학교 살리기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부득이한 경우 작은 학교들을 통폐합해야 하지만 농어촌과 상생하는 작은 학교를 가능하면 살리자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