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악재 늪’ 한국경제… 앞이 안보인다
입력 2016-10-13 04:04
한국경제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계(視界)제로’ 상태다. 국내 제조업을 이끄는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국내외에서 대규모 리콜로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달 실업률은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수출은 급감한 데다 가계부채는 고삐 풀린 듯 폭증하고 있다. 제조업과 수출 부진이 고용한파를 부르고, 고용난과 가계부채 증가가 내수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돌입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영향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4% 포인트 상승한 3.6%를 기록했다. 2005년 9월의 3.6% 이후 9월 기준으로 최대 상승폭이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9.4%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 준비자와 입사시험 준비생 등 실업 기준을 폭넓게 잡으면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은 9.9%로 파악된다.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 8월 30만명대로 올라서며 반등하는 듯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다시 20만명대로 추락했다. 9월 취업자 수는 2653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만7000명 증가에 그쳤다. 제조업 부문 취업자가 7만6000명 감소한 영향이 컸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취업자는 2012년 6월 5만1000명 감소한 이후 지난 7월 49개월 만에 처음으로 줄어든 바 있다. 이후 3개월째 감소 폭은 더 커지고 있다.
수출 실적도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전날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9월 들어 5.9% 감소하며 다시 마이너스의 길로 들어섰다. 우리 수출의 주력 품목인 자동차(-24.0%), 휴대폰(-27.9%) 수출 실적이 대폭 감소한 결과다. 여기에 지난달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8월보다 무려 6조1000억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매년 9월 기준으로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살아나는 듯한 내수도 여전히 불안하다.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 기준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1.0% 증가했고,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2.0% 증가했다. 특히 6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이후 급감했던 자동차 판매 감소폭이 8월 들어 다소 줄면서 일각에서는 소비가 회복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제조업·수출 부진과 고용난, 가계부채 증가로 내수 침체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단종, 현대차 파업까지 겹치면서 우리 경제 사정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따른 제조업 부진, 파업 장기화 등으로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