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동길에 대한제국 역사 되살린다
입력 2016-10-12 21:45
고종은 1897년 10월 12일 근대적 자주독립국가임을 세계에 알리고자 환구단에서 황제즉위식을 거행하고 대한제국을 선포했다. 하지만 일제의 침탈로 대한제국은 1910년 13년 만에 막을 내렸다.
당시 고종이 머물렀던 덕수궁과 정동길에 얽힌 19세기 대한제국의 역사가 120여년 만에 부활한다.
서울시는 12일 대한제국이 선포됐던 환구단 앞에서 정동의 역사·문화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정동(貞洞) 그리고 대한제국 13’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정동 일대의 역사·문화를 점검, 종합 재생하고 보행길을 통해 명소화하며, 나아가 자원과 장소성을 보전해 현 세대 및 미래세대와 공유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담겼다.
정동길 역사재생 전략의 핵심은 서소문청사, 옛 국세청별관부지 등 새로운 거점공간 2곳을 신설하고 이 거점과 다양한 역사문화자원들을 연결한 5개 코스, 2.6㎞의 역사탐방로 ‘대한제국의 길’을 조성하는 것이다. ‘대한제국의 길’은 구 러시아공사관, 영국대사관을 비롯해 정동제일교회, 성공회 성당, 환구단 등 정동 일대 역사문화명소 20여곳을 아우른다.
시는 ‘대한제국의 길’을 대한제국 국장(國章)을 활용한 바닥돌 표시를 따라 걸으며 정동의 대표 역사문화유산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미국 보스턴의 ‘프리덤트레일’ 같은 대표적인 역사탐방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대한제국의 출발을 알리는 환구대제가 거행된 주요 공간인데도 그동안 접근성이 낮아 방치됐던 환구단(프레지던트호텔 옆)과 서울광장을 잇는 횡단보도가 이날 개통됐다. 이로써 대한문에서 환구단에 이르는 최단경로 보행로가 조성되고 덕수궁과 환구단을 잇는 대한제국 시기의 길이 다시 열렸다. 환구단은 고종이 황제 즉위식과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조성한 곳으로 일제에 의해 해체된 후 현재는 석조대문 등 일부만 보존돼 있다. 1967년 사적 제157호로 지정됐다.
시는 또 서소문청사 13층에 있는 전망대를 15층으로 이전하고 옥상과 연결, 덕수궁과 정동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광무전망대’를 설치한다.
옛 국세청별관부지는 2018년 6월 ‘세종대로 역사문화 특화공간’(연면적 2899㎡)으로 거듭난다. 지상은 ‘비움을 통한 원풍경 회복’이라는 취지로 덕수궁, 성공회성당 등 주변시설과 조화를 이루는 탁트인 역사문화광장이 조성된다. 지하에는 ‘서울도시건축박물관’이 들어서며 지하보행로를 통해 시청역, 시민청과 바로 연결된다.
또 정동의 역사경관을 관리하기 위해 지구단위계획으로 옛 덕수궁역과 옛길 등 역사적 가치가 있는 가로와 필지선을 보전하고 미래유산, 근현대 건축자산을 발굴해 ‘통합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시는 대한제국 선포일을 기념해 매년 10월 한달간 ‘정동의 달’ 축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오늘을 계기로 ‘대한’이라는 국호, ‘국민’이라는 지위, ‘국민주권국가’를 태동시킨 개혁의 대한제국 역사를 돌아보고 국민권력시대를 향한 대한민국의 갈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글=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