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급 조절 완화” vs 화물연대 “절대 안돼”
입력 2016-10-13 00:08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 거부에 돌입한 지 사흘째로 접어들었지만 정부와 화물연대 모두 양보 없는 강대강(强對强)으로 맞서고 있다. 정부는 ‘8·30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대책’ 철회는 명분 없는 주장이라며 화물연대가 요구를 접지 않는다면 대화도 없다고 했다. 반면 화물연대는 8·30대책이 화물 운전사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만큼 정부가 물러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와 화물연대가 핑퐁 게임을 벌이고 있는 8·30대책의 수립 과정부터 서로 주장이 엇갈린다. 국토교통부 이승호 교통물류실장은 11일 브리핑에서 “수차례 대화와 회의를 통해 나온 대책인 데다 이 모든 과정에 화물연대가 참여했었다”며 “대책 발표 후 40여일이 지난 뒤에야 이를 근거로 파업을 하겠다고 한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반발하고 있다. 12일 화물연대 관계자는 “8·30대책을 세울 때부터 화물연대는 반대했다”며 “마지막 주선사, 운송사 대표들과 모여 서명을 할 때도 화물연대는 하지 않았다. 이를 정부가 끝까지 밀고 간다면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전했다”고 반박했다.
정부와 화물연대 간 의견이 가장 엇갈리는 부분은 수급조절제 완화다. 수급조절제란 화물차 공급과잉으로 인한 운송료 덤핑 등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매년 물동량과 차량 공급량을 비교해 이듬해 화물자동차의 신규허가를 결정하는 제도다. 현재는 화물차의 종류와 톤급(무게)별로 화물차 공급량을 제한하고 있다. 8·30대책에서 정부는 수급조절 규제를 1.5t 미만 소형화물차를 대상으로 완화하는 대신 양도금지, 차량톤급 상향 금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제도를 개편하면서 업종 구분도 바뀌어 개별 업종으로 구분되던 1t 초과 5t 미만 차량이 앞으로는 일반 업종 차량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화물연대는 톤급별 구분이 사라지면서 증톤이 자유롭게 되면 무게로 차량 대수를 제한하던 의미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론상으로는 증톤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증톤에도 규정이 있다. 운전사는 16개월이 지나야 증톤할 수 있는데 자기 차량의 50%만 더 늘릴 수 있다”면서 “또 할부로 차량을 구입하는 운전사들이 16개월 만에 새 차를 다시 구매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컨테이너 등을 소유한 운전사(지입차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으로 내놓은 참고원가제와 일방적 계약해지 방지도 화물연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다단계 하청 구조로 이뤄진 화물운송 시장에서 화주와 화물노동자가 운임협상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게 화물연대의 비판이다. 정부는 원가 산정 능력이 없는 영세 지입차주들의 수입 하락을 방지하고 화주에 대한 운임 협상력을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30대책 철회 외에도 화물연대는 2008년 파업 이후 정부가 약속했던 표준운임제 실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통행료 전일 할인 이행 등도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표준운임제는 주선사 등 업계 얘기만 듣고는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