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느 동유럽 선교사의 ‘악몽 6개월’

입력 2016-10-13 00:06



십수년째 동유럽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한 선교사가 국내에서 송금받은 교회 건립자금 때문에 현지 검찰로부터 범죄자금세탁 의심을 사 6개월간 금융계좌가 동결된 일이 드러났다.

그는 대검찰청 국제협력단 등의 공조로 최근 무혐의 결정을 받고 계좌동결이 해제됐다. 대검은 지난달 열린 국제검사협회 연례총회(IAP)에서 이 선교사의 무고함을 알리기 위해 해당국 검찰과 비공식 실무회의까지 진행했다.

대검 국제협력단(단장 권순철 차장검사)은 A국 검찰이 50대 교민 B씨의 자금세탁을 의심해 지난 4월부터 펼치던 수사를 6일 무혐의로 종결하고 계좌동결을 해제했다고 12일 밝혔다. A국에서 20년 가까이 선교사로 활동한 B씨는 지난 3월 인천 지역의 후원 교회로부터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세계선교회를 거쳐 현지 교회 건립자금 2억2000만원을 송금받았다가 자금세탁 사범으로 입건됐다. B씨는 정당한 돈이라고 설명했지만 A국 검찰은 ‘마약·무기거래 자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A국 검찰은 B씨의 계좌를 동결한 뒤 우리 정부에 정식으로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외교부와 법무부를 거쳐 지난 6월 대검 국제협력단은 수사협조를 접수했다. A국 검찰은 ‘B씨가 유효한 여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B씨가 A국 은행 계좌로 받은 자금의 출처가 무엇인지’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B씨의 주변 인사에 대한 자료 요청도 있었다.

대검은 B씨에게 돈을 보낸 교회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인천지검을 통해 입출금 내역 등을 조사했다. 자금 출처는 교회 헌금이며, 송금은 당회 결정을 얻어 이뤄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대검은 조사 결과를 A국 검찰에 전달하는 한편 형사 절차가 늦어지는 A국의 상황을 우려해 비공식 접촉도 계속했다. 권순철(47·사법연수원 25기) 단장과 정유선(38·여·연수원 36기) 검사는 수시로 A국 검찰과 전화·이메일로 연락하며 신속 처리를 촉구했다.

대검은 더블린에서 개최된 IAP를 활용해 공식 일정 이후 A국 검찰과 양자 실무회의를 갖기도 했다. 정 검사가 대표로 A국의 국제협력 담당 검사를 만나 B선교사의 처지를 설명하고 빠른 해결을 당부했다.

결국 B씨는 6개월 만에 혐의를 벗었다.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된 한편 거액의 선교자금도 무사히 돌려받아 예정대로 교회 건립 사업을 진행 중이다. B씨의 무혐의 결정은 A국의 형사 절차에 비춰보면 이례적으로 신속했다는 평가다. 검사들의 네트워크까지 비공식적으로 동원한 결과라는 게 대검의 설명이다.

대검에 따르면 해외 교민들이 송금 과정에서 불법 자금세탁을 의심받아 계좌 동결에 이르는 사건은 종종 발생한다. 특히 최빈국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의 경우 무고한 피해가 많다. 권 단장은 “앞으로도 세계 수사기관과의 협력망을 확대, 해외 교민 보호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