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는 67세까지 들어갈 수 있고 68세면 물러나야 한다는 ‘칠상팔하(七上八下)’ 관례가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년 가을 제19차 당 대회에서 이 관례를 깰 수도 있다고 12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칠상팔하가 ‘구상영하’(九上零下·69세 유임에 70세 퇴진)로 바뀐다면 69세가 되는 2022년 임기 만료를 맞는 시 주석이 집권 연장을 시도할 수 있다.
칠상팔하는 당규에 명시된 원칙은 아니다. 2002년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이 정적인 리루이환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을 몰아내려고 만든 뒤부터 암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원로 정치를 막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선출된 현 정치국 상무위원(7명)은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위정성 정협 주석, 류윈산 선전·이데올로기 담당,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장가오리 상무 부총리 순이다.
19차 당 대회에서 칠상팔하가 적용되면 내년에 각각 64, 62세가 되는 시 주석과 리 총리를 제외한 상무위원 5명이 한꺼번에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시 주석의 의지로 칠상팔하가 구상영하로 바뀔 경우 내년에 69세가 되는 왕치산 서기는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왕 서기는 시 주석의 핵심 측근으로 반부패 운동의 선봉에 서 있다. 당내 서열은 6위지만 사실상 2인자로 여겨진다. 그는 베이징 시장 시절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를 수습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경제 담당 부총리로 ‘소방수’ 역할을 했다. 시진핑 정권에선 부패척결 사령관이 돼 포청천처럼 부패 관료를 처단하는 모습에 국민 사이에서 인기도 높다.
당 관계자는 “왕 서기 본인도 유임을 원하지만 그런 선례가 시 주석에게도 적용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칠상팔하 파기에 따른 왕 서기의 유임은 시 주석이 10년 임기를 넘어 장기 집권을 노린다는 강력한 신호가 된다. 2022년 20차 당대회 때 시 주석이 69세여서 상무위원 유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초 공직자 임명식에서 “당은 단순히 나이로 한계를 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시 주석은 덩샤오핑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평가받지만 당의 주요 관례를 쉽게 깨부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계파 간 힘겨루기에서 이겨야 한다는 얘기다. 베이징외국어대 차오무 교수는 “시 주석이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원하는 걸 다 얻을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콩 중문대 윌리 램 교수도 “시 주석이 당의 관례를 깨려할 때 누구도 공개적으로 맞설 수는 없겠으나 내부적으로는 분명히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시진핑 장기집권? 왕치산 거취 보면 안다
입력 2016-10-1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