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교단들의 정기총회는 대체로 차분하게 진행됐다는 평이 많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회개와 갱신, 자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그동안 아름답지 못했던 총회에 대한 자성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교단 총회 현장에서는 고성과 몸싸움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불법·금권 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비방과 소송전도 이어졌습니다. 가스총을 꺼내든 이도 있었습니다. 올해 총회에선 이런 풍경이 많이 줄었습니다.
옥에 티가 없진 않았습니다. 한 교단 총회는 총대권을 박탈당한 이들이 진입을 시도하다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격투기장’으로 돌변하기도 했습니다. 총회장에 입장하지 못해 예배당 2층에서 참관하던 한 목회자는 “뛰어내리겠다”며 자해소동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회의 도중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소리를 지르는 총대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총회장 밖은 수십명의 피켓 시위대로 둘러싸였습니다. 저마다 교단 내 노회 및 개교회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자주 눈에 띈 장면은 절도와 품위를 겸비한 총대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며, 용서하는 장면에서는 ‘모든 것을 품위 있게 하고 질서 있게 하라’(고전 14:40)는 성경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인 내년에는 한층 더 성숙하고 품격 있는 교회와 크리스천들의 모습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 중심에 교단 총회와 목사·장로 총대들이 있습니다. 함께 마음을 모아 성숙한 한국교회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입니다. 1년 뒤에 열리는 총회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총회의 격(格)은 ‘양(量)’이 아니라 ‘질(質)’에 달려 있습니다. 매년 ‘성(聖)총회’를 강조하며 개회하는 주요 교단의 총회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때 세상을 향해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재찬 최기영 기자 jeep@kmib.co.kr
[2016 교단 총회로 본 한국교회 ⑥·끝] ‘聖총회’ 아직 미흡해도… 비방·소송전 줄고 한층 성숙
입력 2016-10-12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