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번엔 ‘법인세 인상’ 충돌… 문제는 여론
입력 2016-10-13 00:00
국정감사가 마무리 국면에 돌입하면서 여야 전장(戰場)이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세법 개정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최대 쟁점은 법인세 인상이다. 이 문제는 내년 대선 정국에서 각 당과 대권 주자들의 경제정책 정체성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여권으로서는 거야(巨野)와의 대결에서 절대 밀릴 수 없는 사안인 셈이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법인세 인상은 자해행위”라며 결사반대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12일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인세법 개정안은 모두 17건이다. 이 중 현행 22%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법만 6건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 법안을 발의하며 세입예산안 부수법안 지정도 요청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정세균 국회의장도 긍정적 입장을 시사했다.
예산부수법안 지정은 의장의 고유 권한으로, 여당이 반대해도 강행하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돼 표결이 이뤄진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2014년 담뱃세를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을 이 방식으로 처리했다. 의회권력을 장악한 야권이 뭉치면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는 여론이다. 여야 합의 없이 법인세 인상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돼 처리될 경우 국회는 다시 여야의 극한 대치로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법인세 인상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야당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법인세 인상안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될 경우 정부가 예산안 수정안 자체를 동의하지 않거나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예산 정국이 펼쳐지기 전부터 여론전에 나서며 기싸움을 벌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전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법인세 인상은 한국으로 오려던 글로벌 기업을 다른 나라로 보내버리는 자해행위”라며 “국제적 경제 흐름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법인세 인상으로 당 기류를 바꾼 국민의당을 향해서도 “더민주의 2중대를 자임하면 소멸의 길을 걷고 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현 대표 역시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 반대가 당론”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잠재적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유승민 의원은 최근 대학 강연 등을 통해 “이명박정부에서 (법인세를) 인하하기 이전 수준까지 돌아가도 기업 투자를 크게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야권은 ‘재벌과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여권을 공격했다. 복지재원 마련 등을 위해 법인세를 정상화하자는 주장이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더민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 박영선 김부겸 의원 등은 “면세 조치로 대기업 실효세율이 중견기업보다 낮다. 대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은 “법인세 인상은 기업 증세가 아닌 국민 증세이자 일자리 축소 증세”라고 반대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감에서 “현재의 경제상황과 국제경쟁력 문제를 고려할 때 지금은 법인세율을 인상할 때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