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이성희 목사) 임원들이 12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권오륜 목사) 총회본부를 찾았다. 지난달 열린 교단 정기총회에서 결의한 ‘장공 김재준 목사의 제명 결의 철회’를 공식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1953년 예장 제38회 총회에서 결의한 김 목사의 제명은 예장과 기장이 나뉘는 데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김 목사는 교회가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진보 신학자다.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와 웨스턴신학교 등에서 공부한 그는 1940년부터 조선신학교(한신대)에서 성서의 자유로운 해석을 추구하는 성서비평학을 가르쳤다. 성경의 모든 글자가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돼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축자영감설에 반대해 보수 성향의 목회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김 목사의 신학은 1947년 열린 교단 총회에서 본격 도마에 올랐고 조선신학교에서 공부하던 신학생 중 51명이 김 목사의 신학사상을 거부하는 탄원서를 총회에 제출했다.
1951년 열린 36회 총회에선 조선신학교와 장로회신학교를 통합해 새로 직영신학교를 만들기로 하고 그해 9월 총회신학교를 설립했다. 그러나 교수와 직원 채용과정에서 조선신학교 출신을 배제하자 김 목사는 신학교 설립의 불법성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그리고 1953년 김 목사의 제명이 결정됐다. 김 목사와 함께 이 결정에 반발한 목사들은 이듬해 기장을 창립했다.
이성희 총회장은 제명 철회 결정문을 인용해 “김 목사에 대한 제명 결의가 ‘권징 없이 책벌할 수 없다’는 교단의 헌법을 위반했다”고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함께한 장공기념사업회 이사장 김경재 목사는 “명시된 제명 철회의 이유가 단지 절차상의 하자에만 있는 것처럼 보여 아쉬움도 있지만 이번 결정에 장공의 신학에 문제가 없고 당시 결정이 잘못된 교권에 의한 것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며 “김 목사가 하늘에서나마 기뻐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장공의 자녀들이 받았던 상처와 아픔을 보듬고 아직 남아 있는 오해를 점차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측 임원들은 이날의 만남이 63년간 벌어진 두 교단의 심적 거리를 좁히는 출발점이 되길 소망했다. 서울 종로 5가에 위치한 두 교단의 총회본부는 직선거리로 200m 안팎이지만 총회장 등 임원진이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회장은 “두 교단이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오면서도 많은 부분을 함께해 왔다. 앞으로도 함께 하나님나라 확장에 힘썼으면 좋겠다”며 “특히 내년 종교개혁 500주년과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다시 민족을 이끌 수 있도록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권오륜 총회장은 “돌이켜 보면 예수 안에서 양 교단은 하나였다”며 “연대하고 협력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희망의 역사를 이뤄가자”고 답했다.
글=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故 김재준 목사 ‘복권’… 예장통합-기장 ‘63년 만의 포옹’
입력 2016-10-12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