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미르·K재단 檢수사 중 상황… 답변 어렵다”

입력 2016-10-12 18:14 수정 2016-10-12 21:19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오른쪽)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위원장님도 이승철 부회장 앞에서 작아지십니까?”(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말이 좀 심하시네요. 증인으로 나온 분한테 지나치게 그러지 마세요. 이런 게 일종의 갑질 아니겠습니까. 저분들이 피의자입니까?”(새누리당 조경태 의원,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국회 기획재정위 12일 국정감사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을 두고 여야가 격돌했다. 당초 기획재정부의 조세정책을 감사하기로 예정됐지만 야당 의원들은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과 관련해 질타를 쏟아냈다. 여당 의원들은 이 같은 국감 진행 방식에 항의했다.

야당은 두 재단 설립 과정에 청와대 개입 여부를 집요하게 추궁했다. 더민주 송영길 의원은 “이번 사태 이후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만나거나 연락한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부회장은 “행사 때 가끔 만났다”고 답했다. 다른 의원의 질의에서는 “창조경제에 조력하는 관행상 가끔 통화도 했다”고도 말했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도 “박병원 회장(한국경영자총협회)이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 발목 비틀어 돈을 모았다’고 했다. 누가 전경련을 통해 발목을 비틀었다는 뜻이냐”고 추궁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검찰 수사 중인 상황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 어렵다”며 회피했다. 다른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도 이런 식의 답이 이어졌다.

이 부회장의 답변 태도에 박영선 의원은 “이 부회장 뒤에 어마어마한 권력기관이 버티거나 아니면 본인이 권력이라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저런 답변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내 일부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도 가세했다. 이명박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전경련이 과거 자발적으로 문화·예술·체육을 위해 돈을 걷어본 적 있느냐”며 “결국 정권 앞잡이 노릇만 했던 것 아니냐. 뭐가 당당하냐”고 질타했다. 전경련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유일호 경제부총리에게 “왜 국회가 전경련 부회장을 출석시켜 저렇게 오만한 답변만 듣고 있어야 하느냐”며 무역투자진흥회의 등 정부 회의에 전경련을 배제할 것을 촉구했다.

국감이 미르·K스포츠 재단 중심으로만 진행되자 새누리당 엄용수 의원은 “국감이 폭로전이나 하는 그런 장소가 돼서는 안 되고 주제에 맞게 진행돼야 한다”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더민주 김태년 의원은 “주 질의 내용을 적시하기는 하지만 이외에 대해 질의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며 “질의 범위를 한정지으려 하지 말라”고 꼬집었다.








글=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