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 해충으로부터 토종 꿀벌을 지켜라.”
꿀벌을 해치는 외래 해충 ‘작은벌집딱정벌레’가 국내에 첫 출현해 경남 밀양과 창녕 등지의 양봉농가로 피해가 확산돼 비상이 걸렸다.
12일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경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밀양시 무안면 이모(65)씨 양봉장 벌통 330개 가운데 절반가량의 벌이 사라지는 피해를 준 해충이 ‘작은벌집딱정벌레’로 확인돼 긴급 방제 대책을 세우고 있다. 경남지역 3803농가 가운데 15%에 해당하는 500여 농가의 벌통이 훼손되는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른 지역으로 피해가 확산됐는지 현재 조사 중이다.
작은벌집딱정벌레는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며 1998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처음 발견된 외래 해충이다. 암컷은 벌통 곳곳에 무더기로 알을 낳고 2∼3일 후 부화해 흰색 애벌레가 된 뒤 5㎜크기 흑갈색 또는 검은색 성충이 된다.
성충과 애벌레 모두 꿀벌에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애벌레는 꿀과 화분을 먹어치우고, 애벌레 배설물이 벌꿀을 발효시켜 쓸모없는 꿀로 변질시키는 피해가 발생한다. 성충은 꿀벌을 잡아 먹기까지 한다. 작은벌집딱정벌레 피해는 미국, 캐나다, 호주, 북아프리카, 유럽으로 번지는 등 전 세계 양봉 농가의 골칫거리다.
지난 8월 말부터 해충이 발견된 이씨 농가에는 추석을 전후해 늘어나더니 현재는 수백개에 달하던 벌통의 벌이 전멸한 상태다.
작은벌집딱정벌레는 이씨 농가 외 다른 양봉농가로도 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밀양시가 신고를 받은 지역 내 해충 출현 농가는 10여 곳이며 최근에는 인근 창녕군 백모(62)씨 양봉장의 156개 벌통 가운데 50%가 해충 습격을 받았다.
이에 농림축산검역본부, 농촌진흥청, 경남도, 밀양시 등 관계기관은 지난달 말 정부세종청사에서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공동 방제 대책을 갖고 각 지자체를 통해 해충 발견 시 각 시·도 방역기관과 검역본부 등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이 해충 발견 시 벌통으로부터 1m 주위 토양에 살충제를 살포하는 토양소독을 당부하고 벌통이 심하게 감염됐을 때는 전체를 소각토록 했다.
방역 당국은 해충 유입경로 파악에 나서는 한편 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해충을 퇴치할 수 있는 ‘오일트랩’ 등 외국의 구제 방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위생적인 벌통 관리로 건강하고 강한 벌을 조성해야 해충 침입으로부터 벌통을 보호할 수 있다”며 “외국 사례를 바탕으로 조기에 대응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꿀벌 먹는 해충 첫 출현 ‘양봉 비상’
입력 2016-10-12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