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늘어가는 범죄… 더 불안해진 여성들

입력 2016-10-13 00:02



‘이전 여자친구는 죽이려다 다리만 부러뜨렸지만, 이젠 너와 네 가족을 다 죽여버리겠다.’ 지난 2월 A씨는 섬뜩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이별을 통보했던 남자친구 한모(31)씨가 보낸 것이었다. 한씨는 카카오톡 메시지와 전화로 수차례 협박했다. 스토킹은 두 달가량 이어졌다. A씨는 아버지의 보호를 받으며 출퇴근해야 했다. 그러나 한씨는 지난 4월 19일 A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일명 ‘송파 이별살인’ 사건이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늘어나고 죄질도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경찰청의 ‘여성 대상 범죄 유형별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성 대상 협박 범죄가 2010년 1670건에서 지난해 4731건으로 폭증했다고 12일 밝혔다. 6년간 2.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강력범죄(살인, 살인미수, 강도, 강간 및 강제추행, 방화) 중에서 여성이 피해자인 강력범죄 비중은 80.7%에서 85.6%로 상승했다. 특히 강간 및 강제추행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전체 강력범죄에서 여성이 피해자인 강간 및 강제추행의 비중은 67.8%에서 79.0%로 11.2% 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협박’이 급증세다. 협박 자체는 강력범죄가 아니지만 살인이나 강간 등 강력범죄로 연결되는 ‘전조(前兆)’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온라인, 스마트폰 발달로 음란물죄, 공연음란죄나 카메라 이용 촬영죄 등 ‘성풍속 범죄’가 급속도로 늘었다. 2010년 3733건이었던 성풍속 범죄는 지난해 9872건에 이르렀다.

‘몰래 카메라’가 대표적이다. 지난 7일 소방공무원 B씨(29)는 청주의 한 대학 도서관 열람실에서 공부하던 여학생의 신체 일부를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앞서 5일에는 서울대 졸업생 C씨(28)가 서울대 중앙도서관 열람실에서 여학생의 몸을 몰래 촬영하다 같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전문가들은 여성 대상 범죄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이유로 온라인의 급격한 발달,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 변화된 시대에 맞는 제도적 미비 등을 이유로 꼽았다. 온라인 활동이 급증하고 여성의 사회 진출, 경제활동이 활발해졌지만 이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아직 허술하다는 것이다. 경남대 경찰학과 김도우 교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여성의 일상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범죄에 노출되는 시간과 기회가 늘어났다”며 “반면 여성 대상 범죄를 막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토킹 처벌법 제정, 정보통신망법 개정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랜덤채팅이나 부동산직거래 앱 등 무수히 많은 가상공간이 매개가 돼 현실의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며 “온라인을 매개로 하는 범죄 등 사각지대에 있는 범죄를 차단하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대부분 일상적 공간이나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다”며 “스토킹 처벌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글=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