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춘(54·사진) 선교사가 처음 말레이시아를 찾은 것은 1990년대 중반, 신학교를 졸업하고 단기선교 겸 어학연수 차 싱가포르에 머물 때였다. 함께 공부하며 알게 된 말레이시아인 친구의 제안으로 휴양 차 방문한 터였다. 그러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2시간, 다시 버스를 타고 8시간, 배를 타고 3시간, 도보로 4시간을 걸려 찾아간 친구의 집은 동부 사라왁 주의 정글 속에 있었다.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만난 조 선교사는 당시를 떠올리며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정글의 원주민들은 약 150m 길이로 길게 지어진 나무 집에 많게는 3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친구는 가족과 친척들을 위해 설교를 해달라고 청했다.
“예상치 못했지만 왠지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약 열흘 간 머물며 매일 말씀을 전했죠. 처음 듣는 예수님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더군요. 그러던 중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어요. ‘여기에 와서 내 양을 먹이라.’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린 두 자녀와 아내가 있었기에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외면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교회에서 담임목회를 했다. 안정적인 환경이었지만 하나님의 명령을 끝까지 외면할 순 없었다. “사고로 오른손가락을 전부 잃고, 자괴감에 빠져 자살까지 생각하던 저에게 하나님은 ‘목회자로 쓰겠다’며 삶의 의미를 찾아주셨습니다. 평생 순종하기로 했던 다짐이 생각났죠.”
조 선교사는 2000년 11월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총회의 파송을 받아 다시 사라왁 주의 정글로 떠났다. 사시사철 습격하는 모기떼, 살인적인 더위, 출몰하는 야생동물 등 녹록치 않은 환경이 그를 방해했지만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원주민들의 ‘냉대’였다. 그들은 샤머니즘을 신봉했고 술에 빠져 방탕하게 사는 이들도 많았다. 방해된다며 사냥에 사용하는 독으로 목숨을 위협하기도 했다. “오라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복음전파에 대한 사명으로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위협과 냉대와 동행하며 15년 넘게 말레이시아 정글에서 복음을 전한 성과는 점차 드러났다. 조 선교사는 200여곳의 원주민 마을을 방문해 1만5000여명에게 복음을 전했다. 이 중 4000여명이 세례를 받았다. 현지인 목회자를 양육해 교회도 세웠다. 조 선교사가 한국교회에 당부했다. “무뎌진 선교열정을 회복해 열방에 복음을 전하는 일에 앞장서주길 바랍니다.”
글=이사야 기자,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말레이시아 조영춘 선교사, 원주민들 위협·냉대 뚫고 정글서 복음 전파 15년
입력 2016-10-12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