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며칠인가요? 그럼 2주가 지난 것이군요. 저에겐 2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10일 통화한 김재호(63) 목사는 기자에게 오늘 날짜를 물으며 지나온 2주간의 시간이 너무도 길었음을 스스로 깨달은 듯 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대북한 잠수함 침투작전 훈련 중 순직한 고(故) 김경민(33) 소령의 아버지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는 아들을 향한 그리움이 깊이 묻어났다.
33년이란 짧은 생을 살다간 아들에 대해 김 목사는 “내 아들이기에 앞서 하나님의 아들로 살았던 청년”이라고 소개했다. “모태신앙을 갖고 성장해오면서 한 번도 주일성수를 어겨본 적이 없는 아이였습니다. 몇 푼 안 되는 용돈을 받으면서도 십일조를 꼬박꼬박 냈고요. 복무 특성상 비상대기에 걸려있어서 최근엔 1년에 한 번 보기도 쉽지 않았지만 휴가 때마다 같이 예배드리면서 하나님 말씀 따라 신앙생활 하라고 격려해줬습니다. 지난 추석 때도 휴가를 나오지 못해 전화로만 안부를 전했는데 이렇게….”
김 소령은 사춘기 때도 부모에게 걱정 한 번 끼치지 않았던 효심 깊은 아들이었다. 대학 시절에는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면서도 자격증을 15개나 땄다.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작은아버지를 보며 군인의 길을 꿈꿔왔던 김 소령은 2010년 해군 소위로 임관해 헬기 조종사로서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해에는 해군참모총장 표창을 받았고 2012년엔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직후 바다에 떨어진 미사일 동체 잔해물을 성공적으로 인양했다.
삶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강했던 김 소령이 탄 헬기가 동해상에 추락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고현장에 도착했는데 수심 1000m 해상에서 시신을 찾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부터 들더군요. 무인탐사기 수색을 통해 아들의 시신을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적이 일어났구나’ 싶었습니다. 아들을 잃은 슬픔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지금도 해군에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김 목사는 2일 순직 장병 합동영결식과 5일 삼우제를 지내는 내내 “기도의 힘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김 소령과 함께 순직한 두 장병의 유가족을 위한 기도도 잊지 않았다. 유가족 보상금 중 일부를 순직자 유가족 자녀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한 것도 함께 기도하던 중에 내린 결정이었다.
“함께 순직한 고(故) 박유신(33) 소령의 부친도 크리스천이더군요. 우리 아들은 미혼이지만 박 소령의 경우 세 살배기 아들과 출산을 앞둔 아기까지 있어서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서로 기도로 위로하면서 울컥했던 순간들을 이겨낸 것 같습니다.”
김 목사는 현재 인천의 한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에도 강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김 목사는 지난주일 예배에서 ‘우리는 약속의 말씀을 믿는 크리스천으로서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 목사는 “지금의 슬픔이 혹시라도 목회에 이양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교회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기를 희망했다.
헬기 조종사로서 조국의 하늘을 누비다가 천국으로 날아갔을 아들에게 김 목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마지막 편지를 띄웠다.
“경민아.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삶의 최종 목적지는 천국이란다. 이제 아버지의 품을 떠나 하나님 아버지의 곁으로 갔으니 그곳에서도 하나님 말씀 잘 듣고 순종하는 그런 아들이 되길 바란다. 천국에서 다시 만날 약속을 믿으며 살아가마. 다시 만날 때까지 천국 소망을 가지고 함께 기도하자.”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내 아들이기 전에 하나님 아들이던 너… 다시 만날 때까지 천국소망 함께 기도”
입력 2016-10-12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