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두 체제 모두 경험한 새터민 여성의 삶 다뤄

입력 2016-10-12 19:02
임흥순 미술작가 겸 영화감독(가운데)이 최근 작업실에서 신작 ‘려행’ 관련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제공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위로공단’으로 한국 작가 최초로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47) 미술작가 겸 영화감독이 신작 ‘려행’을 내놓았다. ‘위로공단’ 이후 첫 작품인 ‘려행’은 새터민 여성을 소재로 인터뷰와 퍼포먼스, 픽션 등을 결합해 만든 83분 분량의 중편영화다.

임 감독은 이 작품을 오는 15일 개막하는 제5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5)에서 첫선을 보인다. 경기도 안양의 삼성산과 예술공원을 무대로 촬영한 ‘려행’은 남과 북 두 체제를 모두 경험한 북한 여성의 삶을 다루었다. 이념과 냉전으로 대립하는 세계정세 가운데 상처받는 이들에 대한 기도를 담고 있다. 실제 북한 여성들의 삶과 이야기를 소재로 북한과 분단 이전 사람들의 모습을 재해석했다.

임 감독은 이번 영화를 위해 새터민 여성 10명을 섭외하고, 사전 인터뷰와 리서치를 통해 1대 1 워크숍과 촬영을 진행했다. 임 감독은 안양을 영화의 배경으로 삼은 이유로 “안양(安養)이라는 지명의 연원은 ‘마음을 편하게 하고 몸을 쉬게 하는 곳’”이라며 “새터민의 삶에 대한 염원을 가장 잘 투영시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공공과 예술에 대한 사회적 역할을 담아내고자 이번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새터민 여성들을 통해 분단, 노동, 이념 등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를 살펴보고, 공공과 예술의 관계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려행’은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통해 공개된 후 12월 10일까지 매주 토요일 롯데시네마 평촌점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임 감독은 한국의 근현대사 속에 사라지고 왜곡된 개인, 여성, 노동, 이주, 공동체 문제를 사진, 비디오, 공공미술, 커뮤니티아트, 영화 등 다양한 시각매체를 통해 담아내고 있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2014), 상하이국제영화제(2015), 몬트리올국제영화제(2015), 샤르자비엔날레(2015), 도쿄 국립신미술관(2015), 테이트모던(2015), 뉴욕 링컨센터(2016), 퐁피두센터(2016) 등 국내외에서 작품이 소개됐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안양시가 3년마다 개최하는 국내 유일 공공예술트리엔날레로 안양의 지형·문화·역사 등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공공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도시 자체를 하나의 갤러리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 두 달간 안양예술공원과 안양시내 일대에서 열린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