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디 징크스’ 또 못깼다… 고개숙인 태극전사
입력 2016-10-12 02:07
한국 축구가 이번에도 42년 묵은 ‘아자디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석패였다. ‘슈틸리호’는 체력과 조직력, 속도, 경기 운영 능력에서 이란에 밀렸다. 중요한 순간 골을 터뜨리는 해결사도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역사를 쓰러 이곳에 왔다”고 했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고개를 숙였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끝난 이란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에서 0대 1로 패했다.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2승1무1패(승점 7)를 기록하며 이란(3승1무·승점 10), 우즈베키스탄(3승1패·9)에 이어 A조 3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날은 이슬람 시아파 종교지도자의 추모일인 ‘타슈아’였다. 검은 옷을 입은 채 8만여 석의 경기장을 가득 메운 현지 팬들은 열광했다.
한국은 1974년 9월 11일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테헤란아시안게임 본선에서 0대 2로 패했다. 이후 이번 경기까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2무5패를 기록했다. 관중의 광적인 응원과 고지대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슈티리케 감독은 4-1-4-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지동원이 출격했다. 좌우 날개에는 손흥민과 이청용이 포진했다. 주장 기성용과 김보경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한국영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포백라인엔 오재석-곽태희-김기희-장현수가 섰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체격이 좋은 이란은 경기 초반부터 활발한 공세를 폈다. 한국은 이란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고 움츠린 채 역습 기회를 노렸다. 경기가 서서히 달아오르자 한국은 반격에 나섰다. 기성용은 중원에서 상대 문전으로 기습적인 크로스를 날렸다. 하지만 한국 공격수들은 이란 수비에 막혀 이를 제대로 받아먹지 못했다. 최종예선 3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은 이란 수비는 견고했고, 한국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세트피스를 여러 차례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한국은 전반 25분 선제골을 허용했다. 라민 레자이안이 페널티지역 외곽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땅볼 패스를 찔러 줬고, 골대 정면으로 달려들던 사르다르 아즈문이 원터치로 마무리했다. 한국은 만회골을 넣으려고 섣불리 서두르지 않았다. 공수 라인을 올리지도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에 승부를 걸겠다는 계산인 것 같았다.
한국 수비는 전반부터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자주 상대 공격수를 자주 놓쳤고, 볼을 빼앗겼다. 좌우 풀백의 대인 마크 위치도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국은 뒷공간을 쉽사리 내줬다. 이란은 한국의 좌우 수비라인을 줄기차게 공략했다. 한국은 전반 슈팅 수에서 1대 5로 뒤졌다. 유효슈팅 수에서도 0대 3으로 열세였다.
한국이 0-1로 뒤진 채 시작된 후반.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영을 빼고 킥이 좋은 수비수 홍철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장현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렸다. 해발 1200m의 고지대에서 뛰던 태극전사들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한국은 경기 지배력을 내준 바람에 고전하며 끝내 만회골을 뽑아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간결하고 빠른 공격 전개 없이 부정확한 크로스만으로는 이란의 벽을 넘기 힘들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