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이 열린 11일 서울 잠실구장. 해가 저물자 쌀쌀한 가을 밤공기가 야구장을 감쌌다. 관중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응원 열기가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궜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이틀 연속 2만5000석이 모두 매진됐다. 서울을 연고로 하는 홈팀 LG 트윈스뿐 아니라 팬이 많기로 소문난 KIA 타이거즈 팬들도 원정팀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양 팀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전 속에 준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거머쥔 주인공은 바로 LG였다. 김용의는 9회말 짜릿한 끝내기 희생 플라이로 LG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LG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KIA에 1대 0으로 끝내기 승을 거뒀다. 2년 만에 다시 밟은 가을야구 무대에서 LG는 극적으로 와일드카드를 손에 쥐었다. 다음 상대는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정규리그 3위 넥센 히어로즈다.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예정된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경기를 끝낸 주인공은 김용의였다. 그는 8회초 박용택의 대주자로 그라운드를 뒤늦게 밟았다. 9회말 1사 만루 기회에서 양상문 감독은 김용의에게 기회를 줬다. 김용의는 KIA의 바뀐 투수 지크 스프루일을 상대로 좌익수 방면의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타구는 글러브 속에 빨려 들어가자마자 3루 주자 황목치승이 홈을 밟으며 결승 득점을 올렸다. 김용의는 역대 포스트시즌 3번째 끝내기 희생 플라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김용의는 “전투적으로 쳤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단기전에서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누가 더 배짱 있게 나서느냐가 중요하다. 배짱과 깡, 전투력만 믿고 경기에 나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9회말 타석을 앞두고 감독님이 ‘자신 있게 치라'고 주문했다. 기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고 했다.
LG 선발투수 류제국(사진)의 활약도 돋보였다. 경기 초반부터 예상대로 팽팽한 투수전이 전개됐다. 류제국은 1회부터 김주찬과 나지완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순항했다. 그는 5회까지 단 1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고 역투 쇼를 펼쳤다. 8회까지 자신의 장기인 커브를 적절히 섞어 던지며 1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가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까지 KIA 타선에 허용한 안타는 6회 브렛 필에게 내준 게 전부였다. 그야말로 ‘주장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경기였다.
양 감독은 “(상대 투수) 양현종을 맞이해서 생각보다 공격력은 괜찮았다. 하지만 이런 저런 작전을 시도해도 마무리가 나오지 않아 득점을 하지 못했다”며 “오늘은 류제국도 위력이 있었기 때문에 한 점 승부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주장 류제국의 마지막 게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끝까지 가려고 했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또 김용의를 교체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땅볼이 나오더라도 발이 빠른 선수라 병살을 피할 수 있어 히메네스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맞히는 재주가 있으니까 그게 빈곳에 가길 바랐다”고 밝혔다. 결국 양 감독의 계산이 그대로 적중한 셈이다.
5년 만에 가을야구를 시작한 KIA는 아쉽게 무너졌다. 정규리그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전날 1차전까지 잡아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6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임창용은 전날 40세 4개월 6일의 나이로 포스트시즌 최고령 세이브를 썼지만 이날은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팽팽한 투수전… LG, 딱 1점만 필요했다
입력 2016-10-11 2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