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 단종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눈앞의 손익보다 소비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계속되는 발화 신고로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더 시간을 끌다가는 퇴로까지 차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상반기 갤럭시S 시리즈, 하반기 노트 시리즈를 주력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전개해 왔다. 따라서 노트7 철수는 하반기 프리미엄 라인업의 공백을 의미한다.
노트7이 없어지면 삼성전자에는 대안이 없다. 상반기 출시한 갤럭시S7이 큰 인기를 끌었고 여전히 잘 팔리고 있지만 노트7 고객층의 수요를 다 흡수하긴 어렵다. 노트7은 한국,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점점 수요가 커지고 있는 ‘패블릿’(스마트폰과 태블릿PC 중간 크기의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에 서 있는 제품이었다.
현실적인 대책은 갤럭시S7을 다시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해외에서는 이통사와 함께 ‘1+1’ 등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게 걸림돌이다.
삼성전자가 하반기에 경쟁해야 할 제품은 애플 아이폰7과 구글 픽셀이다. 두 제품 모두 최근 시장에 나왔다. 반면 갤럭시S7은 상반기에 출시됐다. 갤럭시S7이 사양이나 기능 측면에서는 아이폰7이나 픽셀에 뒤지지 않지만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불리함을 안고 경쟁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노트7을 포기하는 대신 갤럭시S8을 조기 등판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갤럭시S8은 내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공개키로 예정돼 있다. 출시 일정을 앞당기다 노트7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완성도를 높이는 쪽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노트7을 대체하기 위해 갤럭시S7에 S펜을 탑재한 수정 모델을 긴급 투입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모델은 시장 수요에 따라 출시를 조절할 수 있지만 프리미엄 모델은 오랜 기간 준비하기 때문에 갑자기 내놓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하반기 전략 카드를 포기한 것은 ‘소비자 안전이 최우선’이란 가치까지 놓쳐선 안 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교환한 노트7의 발화 사고를 조사 중인 미국 소비자안전위원회(CPSC)와 국가기술표준원의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 소비자 불안감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당장 노트7 발화 원인을 정확히 찾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첫 번째 리콜을 발표하면서 배터리 문제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배터리를 교체한 제품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진짜 원인은 다른 데 있을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체가 매달려 원인을 찾았지만 배터리 외에는 문제를 특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배터리만 교체해 새로 출시했을 것”이라면서 “원인 규명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안전에 직결되는 배터리 발화 문제가 동일하게 반복된 이상 리콜을 해 새 제품을 내놓더라도 소비자나 이통사 모두 제품을 신뢰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하반기 전략카드 포기… 갤S7으로 공백 메우기
입력 2016-10-12 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