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서 자취를 감춘 ‘국민생선’ 명태가 돌아온다. 정부가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이르면 2018년부터 우리 밥상에 국내산 명태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명태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동해안 수산자원의 30% 이상을 차지하던 대표 어종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집에서 먹는 명태는 물론이고 명태 식당에도 러시아산 일색이다. 우리 국민들은 연간 25만t 정도의 명태를 소비하는데 이 가운데 20만t 이상이 러시아산이다. 동해 명태의 1년 평균 어획량은 1984년에 마지막으로 10만t을 넘기기도 했지만 1990년대 들어서면서 1만t 이하, 2000년대엔 1000t 이하, 2008년부터는 1t 수준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미성숙한 어린 명태인 노가리를 1970년부터 잡도록 허용한 결과다. 이후 명태 어획량의 대부분을 노가리가 차지했다. 1992년 명태 어획량이 1만t 이하로 떨어지자 정부는 어린 명태를 잡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40년 가까이 진행된 노가리 남획은 치명적이었다. 결국 2008년부터 명태는 동해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대표적 한류성 어종인 명태가 지구 온난화로 북상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명태는 수심 200m 이하에서 사는 어종”이라며 “현재 동해 깊은 수심의 온도는 명태가 많이 잡히던 시절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수온 상승이 일부 영향을 줬을 수는 있지만 결국 노가리 남획이 명태를 사라지게 한 결정적 원인이라는 얘기다.
해수부는 2014년부터 명태 자원을 회복하기 위해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지난해 어업인들에게 유상으로 수집한 자연산 어미 1마리에서 수정란 53만개를 확보해 1세대 인공 종자 생산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본이 이미 개발한 기술에 불과했다.
문제는 노가리를 성어로 키우는 일이었다. 어린 명태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어야 한다. 동물성 플랑크톤은 28도 수온에서 사는 반면 노가리는 10도 수준의 낮은 수온에서 산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단계적으로 수온을 낮추며 동물성 플랑크톤을 배양해 10도에도 살 수 있게 한 뒤 노가리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성장을 촉진하는 고에너지 명태 전용 배합사료도 개발했다. 자연 상태의 명태는 3년이 돼야 산란이 가능할 정도로 크는데 명태 전용 배합사료에 힘입어 성숙 기간을 1년8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게 됐다.
해수부는 인공 생산한 명태를 동해안에 방류해 어족 자원을 회복하는 한편 국내 어가에 기술을 이전, 양식 생산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내년 정부 시범 양식 사업을 한 뒤 2018년 민간을 위주로 본격적인 양식 명태 생산에 나설 방침이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명태야! 반갑다
입력 2016-10-12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