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딸 못잊어… 20년째 전입신고해 온 아버지

입력 2016-10-12 00:09
24년 전 숨진 어린 딸을 잊지 못해 거짓으로 전입신고를 해온 아버지가 법원에서 선처를 받았다. 딸을 잊지 못한 아버지는 딸의 사망 신고도 하지 않았다.

임모(63)씨는 2013년 2월 서울 노원구로 이사를 오면서 동 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했다. 당시 임씨가 전입신고를 한 가족 가운데 1992년 어릴 때부터 앓던 병으로 세상을 떠난 둘째 딸(사망 당시 9세)도 포함돼 있었다. 딸을 잊지 못한 임씨가 사망 신고를 하지 않아 전입신고가 가능했다. 딸은 24년 전 세상을 떠났지만 서류상으로는 가족과 함께였다. 임씨는 2013년 11월과 2014년 7월에도 이사를 하면서 숨진 둘째 딸을 전입신고했다.

지난해 8월 임씨가 돌연 둘째 딸의 사망 신고를 하자 주민센터는 허위 전입신고를 의심해 수사를 의뢰했다. 주민등록법 위반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결국 임씨는 세 차례에 걸쳐 거짓으로 전입신고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임씨는 벌금 70만원이 너무 무겁고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슬픈 마음에 사망 신고를 미루고 있다가 전입신고를 했고, 사망 신고 지연과태료도 납부했다는 게 항소의 주된 이유였다. 게다가 임씨의 셋째 딸(28)도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비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였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김명한)는 지난 6일 임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임씨가 슬픈 마음에 어린 나이에 사망한 딸을 함께 전입신고한 점, 임씨 가족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