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우리가 캔디를 사랑한 이유는 명쾌하다. 온갖 설움을 당해도 씩씩했다. 타인의 도움으로 성공하는 신데렐라와는 달랐다. 마법을 부려줄 요정 할머니도, 유리구두를 찾아줄 왕자님도 없는 현실 속 우리는 캔디의 삶이 낯설지 않다.
그래서 캔디형 캐릭터는 여러 작품에서 다뤄졌다. 신데렐라 스토리보다 공감을 얻기 쉬워서다. 물론 새롭게 그려내기는 어렵다. 그런데 SBS ‘질투의 화신’의 표나리(공효진)와 tvN ‘혼술남녀’의 박하나(박하선)는 좀 특별하다.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남의 도움 따위는 바라지도 않으며, 스스로 꿋꿋하게 해낸다.
‘질투의 화신’에서 표나리는 아나운서를 꿈꾸는 기상캐스터다. 부모 없이 고3 남동생(김정현)과 둘이 산다. 아나운서 공채 시험에서 탈락한 뒤 방송사 측 제안을 받아들여 비정규직 기상캐스터로 일하게 됐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무턱대고 시험을 또 준비할 수 없었다.
비정규직의 삶은 녹록치 않다. 사원증을 목에 거는 줄 색깔부터 정규직과 다르다. 더럽고 치사해도 버틴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방송국 궂은일을 도맡아한다. “왜 그러고 사느냐”는 주위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전히 아나운서를 꿈꾸지만 그렇다고 기상캐스터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투철한 직업정신을 발휘한다. “사람들이 비 맞고 다니는 게 제일 싫다”는 표나리는 유방 위험세포 제거 수술을 받은 다음 날에도 기상예보를 하기 위해 뉴스룸으로 달려간다.
여느 드라마처럼 그의 곁에도 ‘왕자님’들이 있다. 능력 있고 잘 나가는 기자 이화신(조정석)과 의류회사 CEO 겸 재벌 3세 고정원(고경표)이 그를 동시에 좋아한다. 하지만 표나리는 그들에게 기대지 않는다. 이런 당당함이 표나리라는 인물을 더 사랑스럽게 만든다.
‘혼술남녀’의 박하나는 노량진 학원가에 입성한 무명의 신입강사다. 사범대 학생이었던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발을 빼지 못했다. 학원 강사를 꿈꿨던 건 아니지만 결코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초반에는 설움이 물밀 듯 밀려온다. 노량진 강의 경험이 없으니 학생 모집부터 막막하다. 원장(김원해)은 ‘싼 맛에 고용했다’는 말을 밥 먹듯 하고, 스타강사 진정석(하석진)은 가까스로 ‘인서울’ 턱걸이한 그의 학력과 ‘스펙’을 들먹이며 무시한다.
갖은 핍박에도 박하나는 굴하지 않는다. 틈날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친다. ‘혼술’(혼자 술 마시기)로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반 지하 단칸방에서 즐기는 맥주 한 캔과 과자 한 봉지면 충분하다.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을 상대로 국어를 가르치는 박하나는 강의 준비에 최선을 다한다. “내가 아무리 힘들다 한들 학생들보다 힘들겠나. 시험 하나로 인생이 좌우되는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렇게 팍팍한 하루하루를 캔디처럼 살아낸다.
표나리와 박하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에 솔직하고 일에 열정적이다. 현실적인 인물 설정 위에 판타지적인 로맨스를 엮은 게 두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이 시대 젊은이들의 고민을 녹여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비정규직과 취준생(취업준비생)의 고단한 일상이 진한 씁쓸함을 전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현실 캔디 공효진-박하선… 너무 짠해 내 얘기인줄
입력 2016-10-12 18:30 수정 2016-10-13 1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