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탈을 쓴 악마들
입력 2016-10-12 00:03
‘준비 안 된 부모’에 의한 참극이 잇따르고 있다. 영양실조에 걸린 생후 66일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친부모, 6살 된 입양 딸을 베란다에 묶어놓고 굶겨 숨지게 한 뒤 불태워 죽인 양부모의 모습은 인면수심(人面獸心) 그 자체다. 부모가 아니라 악마나 다름없다. 부모 자격이 없는 이들로부터 영유아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무고한 아이들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생후 2개월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친부 B씨(25·무직)와 불구속 입건된 친모 C씨(20·무직)의 아동학대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엄마 C씨는 지난달 중순 서서 분유를 타다가 한손에 안은 딸을 바닥에 떨어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경찰에서 “아이를 실수로 떨어뜨렸는데 1∼2시간가량 지나니 괜찮아져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두개골이 골절된 사실이 확인될 정도로 딸이 다쳤는데도 부부는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이다. 영양실조와 감기를 앓는데도 방치돼 숨진 A양은 3.06㎏의 정상 체중으로 태어났으나 사망 당시 몸무게는 1.98㎏에 불과해 뼈만 앙상한 모습이었다.
부부는 또 출산 후 산부인과에서 퇴원한 뒤 한 차례도 딸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본적인 신생아 예방접종도 미루다가 시기를 놓쳤다. 특히 부부는 딸이 숨지기 이틀 전인 지난 7일 정오쯤 계속 미뤄온 결핵(BCG) 무료 예방접종을 위해 관할 보건소를 찾았지만 시간이 지나 집으로 돌아간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사회 안전망에 구조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린 셈이다.
현재 신생아가 12세가 될 때까지 B형 간염, 결핵, 파상풍 등 총 15종의 무료 예방접종을 받도록 보장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부모가 이를 무시해도 강제할 권한은 없다.
이러다보니 국가예방접종을 비롯한 기본적인 건강관리는 물론 입학 전까지 학대 피해 사실이 외부에 노출될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또 숨진 영아는 이런 참극이 일어날 때마다 수차례 위험성을 경고한 ‘고립·단절된 가정’의 자녀였다.
입양한 딸에게 물과 음식을 제공하지 않은 채 방치해 숨지게 한 뒤 불태운 혐의로 12일 검찰에 송치될 양부모의 만행도 추가로 밝혀졌다. 투명테이프로 묶여 학대를 당하다가 숨진 입양 딸은 이웃주민에게 친모가 아니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두 달 동안 거의 굶은 채 폭행을 당했다. 굶주린 딸에게 ‘식탐을 부린다’며 파리채로 매질하기도 했고 지난 추석 연휴 때는 3일 동안 베란다에 묶어놓고 물과 음식을 주지 않고 방치했다.
전문가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인면수심의 아동학대 범죄를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 없고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천대 정선영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90%가 부모가 가해자”라며 “부모교육을 강화하고 출생신고 단계부터 아동 학대를 막을 수 있는 안전망을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