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M&A? 파격성과급? 어떤 答 낼까
입력 2016-10-12 00:00
SK그룹의 주력 계열사 CEO 40여명이 12일부터 열리는 ‘CEO세미나’에서 최태원 회장에게 리포트를 제출한다. 최 회장이 지난 6월 경영화두를 던지며 지시한 숙제인 셈이다. CEO들은 계열사 상황에 맞는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과 기업문화 개선 방안 등을 내놓고 SK의 내년 경영방향을 논의한다. 최 회장이 ‘서든데스(Sudden Death·급사)’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력한 혁신방안을 요구했던 만큼 올해 세미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그룹은 “12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최 회장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진 40여명이 참석하는 CEO세미나가 열린다”고 11일 밝혔다. 주요 계열사 CEO들이 돌아가며 발제한 뒤 분과 토론회와 전체 토론회가 이어진다. SK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 성장방안 등을 논의한 뒤 내년에 SK그룹 전체가 지향해야 할 목표와 실천방안 등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미나에서는 계열사 간 협력과 강한 기업문화 확립 등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방안을 도출했었다.
올해 세미나에서는 계열사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SK그룹은 각종 경영지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기업 간 경쟁을 전쟁에 비유하는데, 진짜 전쟁이라면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경영진을 질책했었다. 이어 “우리가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팔지 등 사업의 근본을 고민해 봤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며 혁신방안을 주문했다.
주요 계열사들은 최 회장의 이런 주문에 이미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계열사의 맏형격인 SK이노베이션은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철길 부회장은 이를 위해 중국 등 해당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합작사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SK네트웍스는 최근 동양매직을 인수하며 렌털사업 확장에 나섰고, SK하이닉스는 IoT(사물인터넷)와 빅데이터 관련 제품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IT 계열사인 SK C&C는 최근 IBM과 함께 빅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센터를 경기도 판교에 만들고, SK하이닉스와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SK케미칼은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와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 판매 등으로 제약사업 분야에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는 중이다.
기업문화 혁신안도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최 회장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출퇴근 문화부터 근무시간, 휴가, 평가·보상 등이 변화에 맞는 방식인지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은 평일 반바지 근무를 허용하고, 종이 문서를 없애고 이메일 등 전자문서로 업무를 진행키로 결정했다. SK C&C는 성과자에게 파격적인 성과급을 제공하는 등 인센티브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SK 관계자는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최 회장이 그룹의 절박한 상황을 강조했던 만큼 다른 때보다 혁신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