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카지노 빛은 저물고,복합 리조트 도시로 변신 중

입력 2016-10-12 19:36 수정 2016-10-12 20:46
성 바울 성당의 잔해. 마카오 여행객들에게 위안을 선사한다. 김동우 기자
파리지앵마카오 앞의 에펠탑 모형에 설치된 6600여개 전구가 환하게 불을 밝히며 마카오의 밤을 수놓고 있다. 파리지앵마카오 제공
마카오 구도심 세나도 광장의 성 바울 성당. 김동우 기자
마카오 남단 콜로안 빌리지에 위치한 프란시스코 자비에르 성당. 김동우 기자


벽안의 이방인들은 이곳에서 안식을 얻었다. 이곳은 대학이 됐고, 성당이 됐다. 1600년대에는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큰 성당이었다. 천주실의를 쓴 마테오 리치가 이곳의 선교사다.

마카오의 ‘구도심’ 세나도 광장을 오르면 성 바울 성당이 나타난다. 한쪽 벽면만 남아있는 옛 건물이다. 1580년 건립된 이 건물은 1637년 완공됐다. 1834년 마카오 내란 때 군사시설로 쓰이다 1년 만에 지금처럼 정면만 남은 모습이 됐다.

지금은 많은 연인들이 성 바울 성당을 찾고 있다. 젊은 남녀들이 계단을 오르며 서로를 촬영한다. 이들은 선교사들의 유골과 남겨진 성당의 잔해들을 보며 짐짓 경건한 표정을 짓는다. 성당 뒤로 펼쳐진 푸른 녹음을 보며 안락한 사랑을 꿈꾼다.

남겨진 성 바울 성당의 벽면에는 국화와 용이 있다. 박해를 피해 먼 이국땅을 밟은 일본인 석공들이 순결을 뜻하는 국화를 마리아 옆에 새겼다. 그들은 중국의 최고 권력을 뜻하는 용의 모습도 함께 그렸다. “사후를 생각해 죄를 짓지 마라”는 중국어도 새겼다.

마카오는 대항해 시대를 연 포르투갈을 품었다. 세나도 광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결무늬 바닥은 지구 반대편 포르투갈에서도 볼 수 있다. 1553년 포르투갈이 중국으로부터 마카오 부두의 선박 정박 허가권을 받은 이래로 1999년 마카오를 중국으로 반환하기까지 마카오와 포르투갈의 인연은 오래됐다.

성 바울 성당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몬테 요새에서는 바다 건너 중국 본토를 바라볼 수 있다. 요새는 마카오의 전역을 방어할 수 있는 위치에 세워져 있다. 1622년 이곳에서 발사한 포탄이 네덜란드 함대를 명중해 전쟁의 승리를 가져왔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1600년대에 이 작은 땅은 서구 열강들의 각축장이 됐다.

세나도 광장에서 사이방 대교를 건너 마카오 남단의 끝으로 향하면 작은 어촌 마을인 콜로안빌리지에 당도한다. 코타이는 항상 사람으로 북적이는 것에 비해 이곳은 한적하다. 허름한 옷을 입은 주민들이 말린 생선을 팔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콜로안빌리지에는 1951년 지어진 프란시스코 자비에르 성당이 있다. 샛노란 페인트칠이 인상적인 이 성당은 드라마 ‘궁’에서 윤은혜와 주지훈이 결혼식을 올린 곳으로 유명하다. 시선을 옮기면 석양에 비친 어촌의 모습과 강 건너 코타이 지역의 카지노 리조트에서 밝히는 불빛을 함께 볼 수 있다.

프란시스코 자비에르 성당 근처에는 에그타르트를 맛볼 수 있는 ‘로드스토우’ 본점이 있다. 에그타르트는 수녀원에서 비법이 전수된 포르투갈 고유의 음식이다. 수녀들은 달걀흰자로 수녀복에 풀을 먹였고 남은 노른자로는 에그타르트를 만들었다.

마카오가 품은 건 포르투갈만이 아니다. 마카오는 카지노의 빛과 어둠을 품었다. 마카오는 1887년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된 이래로 도박 산업이 번성했다. 무역 산업을 영국의 지배를 받은 이웃 도시 홍콩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도박 산업을 관광 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샌즈와 윈, MGM 등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거대 카지노 기업들을 끌어들였다. 기업들은 황무지였던 마카오 코타이 지역을 빛과 자본이 넘쳐흐르는 땅으로 만들었다.

카지노 업계에는 최근 어둠이 찾아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도박과 마약, 매춘 등을 척결하자는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자연스레 중국 ‘큰 손’들의 발길은 뜸해졌다. ‘동양의 라스베이거스’였던 마카오는 도박이 아닌 새로운 서비스로 관광객을 끌어모아야 했다.

마카오 카지노들은 활로 모색에 나섰다. 지난달 13일 개장한 ‘파리지앵마카오’는 ‘도박 마카오’를 탈피하기 위한 시금석이다. 셸던 아델슨(88) 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 회장은 파리지앵마카오 개장식에서 “논게이밍(Non-Gaming·탈도박화)은 중국 정부의 강요가 아닌 우리가 이끌어 가는 것”이라며 “숙박과 식사,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등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복합 리조트 단지로 마카오를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파리지앵마카오는 아시아 MICE(국제회의·인센티브관광·컨벤션·전시) 산업의 중심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국제회의장은 52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1만1239㎡의 파리지앵 연회장은 중국 기업들의 각종 행사를 끌어들일 전망이다. 샌즈 그룹은 마카오의 카지노들에 ‘슈렉 더 뮤지컬’과 ‘블루맨’ 등 세계 유명 공연들을 잇달아 무대에 올리고 가족 단위 손님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파리지앵마카오의 개장식에는 수천여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의 눈길을 끈 것은 파리 에펠탑의 절반 크기로 구현된 에펠탑 모형이다. 이 모형은 26㎞의 전기 케이블에 달린 6600여개의 전구로 끊임없이 불을 밝힌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고 사실적인 에펠탑 모형이다. 파리지앵마카오의 객실에 누운 채로 이 에펠탑을 바라볼 수 있다.








마카오=글·사진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