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에 기도모임을 만들기 위해 교장선생님을 직접 찾아가 설득한 아이가 있습니다. 당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된 여자아이입니다. ‘스쿨처치’를 응원하는 국민일보가 오늘 소개해 드릴 학생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현산중 2학년 유시온(14)양입니다.
시온양이 학교 안에 기도모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중학교 1학년 때 스탠드(STAND) 나도움 목사를 만나고 나서입니다. 스탠드는 전국 중고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내 기도·예배모임을 세울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사역단체입니다. 나 목사로부터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함께 기도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기도 학교 친구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답니다. 담임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크리스천이었던 선생님은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교장선생님이 허락해주지 않았답니다. 학교 전체 선생님이 모여 학교 안 기도모임을 허락해도 될지 논의한 적도 있답니다. 그러나 교장선생님은 완고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들은 시온양은 여름방학 직전에 직접 교장실 문을 두드립니다. “친구들과 함께 기도하고 싶어요.” 시온양의 당찬 설득에 교장선생님도 마음이 누그러지셨나봅니다. “그럼 한 학기 동안 준비한 뒤 기도모임을 정식 동아리로 만드는 건 허락해줄게.”
한 학기 동안 혼자 기도로 준비한 뒤 올해 3월 기도모임 ‘라이트(LIGHT)’를 만듭니다. ‘빛이 되어 주변을 밝히자’라는 뜻입니다. ‘Love(사랑) Infinite(무한한) Generous(너그러움) Heart(마음) Together(함께하다)’ 다섯 단어의 앞글자를 따 ‘무한한 사랑과 너그러움, 그리고 함께하는 마음’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시온양은 직접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 함께 기도하자고 설득했습니다. 그렇게 모인 7명의 아이들은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컴퓨터실에서 20분 정도 기도를 합니다. 함께 복도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합니다. 체육대회나 축제 같은 학교 행사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선생님들을 도와주려고 애씁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7명의 아이들 중 교회를 다니지 않는 학생이 5명이나 된다는 사실입니다. 기도모임 아이들이 펼치는 선행이 보기 좋아서 이 모임에 참여했다는 아이도 있고, 평소 아이들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자주 해주시는 기도모임 담당 선생님을 보고 온 학생도 있습니다. 하나님을 몰랐던 아이들도 지금은 함께 기도하고, 교회가 어떤 곳이냐고 먼저 묻기도 한답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교회가 아닌 곳에서도 크리스천의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라이트’라는 모임 이름처럼 빛이 되어 주변을 밝히고 있는 것이지요. 시온양은 10일 밤 통화를 마치기 전 “기도모임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교장선생님께 감사 드린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기도제목을 물어봤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우리 학교) 친구들이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하나님 사랑을 알 수 있게 기도해주세요.”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학교 안 교회’를 세워라] 교장선생님 마음 움직인 소녀의 믿음
입력 2016-10-11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