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진경준 빌려준 돈, 검사라서 달라고 못해”

입력 2016-10-11 18:20
“왜 넥슨 주식 매입비용을 돌려 달라고 하지 못했나요? 진경준 피고인이 검사라서?”(검찰)

“(잠시 침묵)…그런 이유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겁니다.”(김정주 NXC 회장)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509호 법정. ‘넥슨 공짜 주식’ 혐의로 구속 기소된 진경준(49) 전 검사장의 재판에서 ‘30년 친구’이자 ‘뇌물 공여자’인 김 회장이 증인석에 앉았다. 그는 “진 전 검사장이 검사라서 넥슨 주식 매입 자금을 빌려주고도 이를 돌려 달라고 요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넥슨 명의로 제네시스 차량을 임차해 제공한 것도 “진 전 검사장이 먼저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진 전 검사장의 2차 공판에서 김 회장은 “당시 진 전 검사장이 주식 매입비 4억2500만원을 갚지 않으면서 고민이 됐다”며 “넉 달간 괴로워하다 결국 ‘못 받을 돈’이니 포기하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진 전 검사장이 주식 매입비를 자신의 장모·모친 명의 계좌로 받고, 변제를 점점 미뤘다”며 “어느 순간 ‘이 돈은 돌려받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검찰이 “(진 전 검사장이) 검사이기 때문이었느냐”라고 묻자, 김 회장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넥슨 주식은 호의(好意)로 받은 것’이라는 진 전 검사장 측 주장을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4억2500만원은 저한테도 적지 않은 돈”이라며 “그때 최소한 계약서라도 쓰고 좀 더 (상환을) 챙기지 못한 점이 너무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날 진 전 검사장은 수의(囚衣) 차림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김 회장의 진술을 경청했다. 김 회장은 증인신문 내내 법정 바닥만 쳐다봤다. 진 전 검사장을 “친한 친구였던 사이”라고 말한 뒤 ‘경준씨’라고 호칭했다. 김 회장은 목이 타는 듯 350㎖ 생수 2병을 비웠다. ‘수사 관련 도움·조언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그렇다.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답변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