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여년 전 선교사들 자취 따라… 서울 도심서 신앙 도보 순례

입력 2016-10-11 21:01 수정 2016-10-11 21:04
‘2016 평신도대학 홈커밍데이 신앙도보순례’에 참가한 평신도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자교교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한국교회는 130여년 전 조선 땅에 복음을 전파한 선교사들,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거듭날 수 있습니다. 서울 도심에서 벌이는 도보순례에 동참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땅에 들어와 하나님의 사랑을 전파한 초창기 선교사들의 마음을 되새기기 위해서입니다.”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본부에서 만난 방기석(서울 관악중앙교회) 장로는 이같이 말했다. 기감 평신도대학 총동문회장인 방 장로는 ‘2016 평신도대학 홈커밍데이 신앙도보순례’에 참가하기 위해 이날 아침 기감 본부를 찾았다. 특히 그는 세 살배기 손자를 유모차에 태우고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방 장로는 “손자 녀석이 너무 어려서 훗날 할아버지와 도보순례를 함께한 사실을 기억하진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함께 순례를 했다는 ‘기록’이 사진을 통해 남을 것 같아 손자와 함께 나왔다”고 설명했다.

도보순례는 기감 사회평신도국이 평신도대학 총동문회와 공동 주최한 행사였다. 기감 사회평신도국은 평신도를 상대로 감리교인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2년 주기로 평신도대학을 열고 있다. 평신도대학이 개강하면 수강생들은 봄·가을 총 8주에 걸쳐 다채로운 강좌를 수강한다.

도보순례에는 1기 졸업생부터 지난해 배출된 6기 졸업생까지 5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오전 10시 기감 본부에서 열린 유성종(서울 은석교회) 목사의 특강을 들은 뒤 순례길에 올랐다. 서울 종로 일대에 있는 종교교회(1900년 설립) 배화여대(1898) 자교교회(1900) 태화사회관(1921) 중앙교회(1890) 등지를 차례로 탐방했다.

참가자 중에는 광주 대전 등 지방에서 상경한 성도도 적지 않았다. 대다수는 50대 이상의 고령층이었다. 이들은 가이드를 맡은 유 목사의 설명을 열심히 노트에 옮겨 적으며 걸음을 옮겼다. 지난해 평신도대학을 수료한 김진열(고양 신도제일교회) 장로는 “신앙의 선배들이 일군 업적, 이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제대로 이해한 건 없었다”며 “순례 행사에 동참하면서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을 실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신도대학 졸업생들의 도보순례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행사였다. 지난해에는 감리교신학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지를 탐방했다. 기감 사회평신도국 박은애 부장은 “평신도들이 도보순례를 통해 믿음의 선배들이 남긴 뜻을 되새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한 행사”라며 “순례에 참가한 평신도들이 선교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