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디오’ 찾아내고도 美NBC ‘세기의 낙종’한 이유

입력 2016-10-11 18:11 수정 2016-10-11 21:29
NBC방송 프로그램 '액세스 할리우드'에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왼쪽)의 모습. NBC방송 캡처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음담패설 발언을 보도한 뒤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이 보도는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보도이자 ‘세기의 특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WP로선 특종이지만, 동영상 원본을 갖고 있던 NBC방송에는 역사에 남을 낙종이 됐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동영상 존재가 알려진 것은 지난 3일이다. 트럼프가 출연한 NBC의 ‘액세스 할리우드’ 프로그램 제작진이 발견했다. 동영상은 NBC 수뇌부에 보고됐고 내부 논의 끝에 기사화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논의가 너무 오래 걸리는 바람에 10일에야 보도를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7일 익명의 제보자가 WP에 이 동영상을 비밀리에 건넸다. 대특종임을 직감한 WP는 제보 5시간 뒤 바로 기사화했다. NBC가 미적거리는 사이 희대의 특종이 WP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낙종의 가장 큰 이유는 NBC가 법률 검토를 너무 오래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티코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영상도 아니고, 자체 제작 테이프인데 NBC가 검증에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했다”고 지적했다. NBC가 개인 소유의 WP와 달리 미디어 재벌인 컴캐스트의 계열사여서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했던 것도 이유로 꼽힌다. 폴리티코는 동영상에 등장한 NBC 진행자 빌리 부시(45)를 보호하려다 타이밍을 놓쳤을 것이란 의문도 제기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