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교단 총회로 본 한국교회 ⑤] 여성 관련 안건 모두 부결… 양성평등 ‘제자리걸음’

입력 2016-10-11 20:59
지난달 27일 경기도 화성 라비돌리조트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101회 정기총회의 개회예배에서 여성총대들이 성찬식에 참여하고 있다. 기장총회 제공

주요 교단 9월 총회가 마무리됐지만 여성의 권리신장을 위한 정책에는 큰 진전이 없었다. 여성 총대 할당제 등이 줄줄이 부결되면서 여성들은 높은 벽을 재차 절감해야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이성희 목사) 제101회 정기총회에서는 여성성도들의 기대를 모았던 ‘여성총대 할당제’ 도입이 올해도 무산됐다. 총대들은 전국 66개 노회에 최소한 목사나 장로 등 여성 총대 1명씩을 파송해달라는 청원안을 부결하고 여성위원회에서 1년 더 연구토록 했다. 현재 예장통합 교단의 총대 1500명 중 여성은 1.6% 정도다. 노회마다 1명씩 파송할 경우, 4.4% 수준이 된다. 여성위원회를 상설화해달라는 헌의안도 부결됐다. 이번 총회에는 24명의 여성 총대가 참석했다. 여성목사 안수가 허락된 지 20년 만인 2014년과 지난해 각각 16명씩을 기록한 후 가장 많은 수다.

지난해 제65회 총회에서 여성 안수(장로·권사)안을 부결한 예장고신(총회장 배굉호 목사)은 올해 신대원을 졸업한 여학생에게 강도사에 준하는 권도사 자격을 부여하는 안건도 부결시켰다. 예장합동(총회장 김선규 목사)과 합신(총회장 최칠용 목사) 총회에선 여성 관련 안건이 다뤄지지 않았다.

예장대신(총회장 이종승 목사)의 경우 여성 목회자가 20%에 육박한다. 하지만 여성 총대는 아직 없다. 이번 총회에서는 기존의 여목회자연합회를 총회장 직속기구인 특별위원회로 신설해달라는 안건이 올라왔지만 그마저 부결됐다. 교단 관계자는 “여성 목회자들이 총회에 진출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 같다”고 전했다. 백석과 대신 두 교단의 통합으로 여성 목회자의 수는 많아졌지만 여성안수 역사가 짧아 남성 총대들의 정서적 반대가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진보 성향이 강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권오륜 목사)도 양성평등위원회가 헌의한 여성총대 참여비율 증대 안건을 부결시켰다. 기장은 지난해 정기총회에서 ‘총대 수 10인 이상인 노회는 여성목사와 장로 각 1인 이상을 정기총회에 총대로 보내야 한다’는 규칙을 제정했다. 그러나 기장 양성평등위는 “이 규칙에도 불구하고 여성 총대 참여비율이 낮다”며 각 노회의 총대 10명당 1명 이상(20명일 경우 2명)을 여성으로 선출하는 안을 헌의했지만 총대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남성 목회자들은 “여성 목회자의 비율이 적은데 총대 선출 비율을 늘리면 남성 목회자들 중에 평생 총대로 선출되지 못하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며 반대했다. 기장 총대들은 총회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에 여성위원을 2명 이상 배치하는 안건 역시 부결시켰다.

기장 여교역자협의회 총무 이혜진 목사는 “사회 각 영역에서 여성의 비중과 역할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음에도 교회에선 여전히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교회는 여성 등 약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야 박재찬 신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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