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널드 파머처럼 존경받는 골퍼 되고싶다”… 골프 여왕 박세리, 은퇴 기자회견

입력 2016-10-12 00:06

“아널드 파머처럼 골프 발전을 위해 많이 배워서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 욕심보다는 골프를 사랑하고 시작하는 유망주를 위해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한국 골프는 박세리(39·사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전까지 골프는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일반 서민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박세리가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투혼’으로 우승한 뒤 골프는 국민 스포츠가 됐다. 이제 온 국민이 즐기고 열광하는 스포츠가 됐다.

박세리는 외환위기 때 ‘맨발투혼’으로 국민들에게 용기를 줬다. 박인비(28) 최나연(29) 유소연(26) 등 어린 시절 박세리의 경기를 보고 꿈을 키운 ‘세리키즈’들이 세계 여자골프를 주름잡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여자 골프 감독으로서 한국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그랬던 박세리가 팬들에게 선수로서 작별을 고했다. 박세리는 1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미디어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했다. 박세리는 13일부터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끝으로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박세리는 “최고의 골퍼였던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박세리를 떠올렸을 때 많은 이들이 존경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세상을 떠난 골프 전설 파머를 언급했다. 박세리는 제2의 인생을 위한 목표에 대해 “선수들에게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시합하는 때만큼은 선수들만을 위한 골프장이 됐으면 한다. 훈련장소나 시스템도 많이 부족하다. 골프뿐 아니라 모든 운동선수들이 마음껏 훈련하고 기량을 다질 수 있는 시스템과 여건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박세리는 자신의 골프 인생에 대해 “은퇴를 앞두고 인터뷰하는 게 실감이 안 날 만큼 어색하다. 아직 며칠 더 남았는데 그때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을 것 같다”면서 “정말 고생 많이 했다. 고생한 것보다 가져간 것이 커서 표시가 안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많은 것을 얻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선수생활을 더 이어가면 좋겠다는 여론에 대해선 “은퇴한 이후의 삶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운동선수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은퇴하고 나서 또 다른 모습을 그려봤으면 한다. 은퇴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세리는 끝으로 후배들에게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박세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연습량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후배들에게 이야기했다”며 “너무 열심히 하고 노력을 많이 했던 후배들이지만 자기 자신에게 인색했다. 골프장에서 모든 일이 끝난 뒤 자기 자신에게 시간을 주고 여유를 갖고 충전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