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청탁금지법, 건전한 활동 규제하자는 게 아니다”

입력 2016-10-12 04:04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앞줄 오른쪽 세 번째) 등 국무위원들이 11일 청와대 영상국무회의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는 청와대와 정부세종청사에서 영상을 통해 진행됐다. 이병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과도한 접대, 촌지, 선물 등을 주고받거나 학연, 지연 등에 기대서 부정하게 청탁하는 게 문제되는 것”이라며 “건전한 활동 같은 그런 교류 등을 규제하자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선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연줄문화, 부패로 이어지는 비정상적 관행을 끊어내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를 만들자는 국민들의 약속이자 행동규범”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시행 초기이다 보니 다소 혼란스러운 점도 있고, 공직사회에서는 ‘아무도 안 만나면 된다’는 식의 극단적인 몸사리기 행태도 일부 나타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나치게 과잉반응해서 법의 취지가 퇴색되고 부작용만 부각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관계부처는 다른 유관기관들과 합심해서 법의 취지에 맞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김영란법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법 시행 이후 제기되고 있는 사회적 혼란, 내수 위축 등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최근 이어지는 현대차, 철도노조 등 대기업·공공노조의 파업을 강력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고, 중·장년층은 구조조정으로 실직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한 뒤 “그런데도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일부 대기업 노조가 임금을 더 올려 달라고 장기간 파업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이기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파업의 피해를 중소 협력업체 노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돼 가뜩이나 힘든 협력업체는 곤궁의 나락에 떨어지고 전체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세금으로 운영되고 고용안정이 보장된 일부 공공노조마저 성과연봉제 도입을 거부하며 파업을 하고 있다”며 “명분 없는 파업을 지속한다면 그 부담은 우리 모두에게 전가되고 우리 공동체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최근 자연재해와 사건·사고로 순직한 소방관 등 의인(義人)들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공동체 정신’을 강조했다. 최근 태풍 당시 구조활동 도중 순직한 강기봉 소방교, 좌초한 여객선 선원 구조 도중 부상을 입은 여수 122구조대, 링스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김경민·박유신 소령, 황성철 상사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이분들 모두가 숭고한 희생정신과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준 우리 시대의 진정한 소리 없는 영웅들”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달 13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야권이 거듭 의혹을 제기하는 미르·K스포츠재단과 여당 내에서 거론되는 개헌론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글=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