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앞두고 선수 흔들기… 옹졸한 이란 축구

입력 2016-10-11 18:25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구자철(27·아우크스부르크·사진)이 이란 원정에서 엉뚱한 논쟁에 휘말렸다. 이란 테헤란 원정경기의 고충을 솔직하게 밝힌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 내용을 이란 측이 의도적으로 오역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한국과 이란의 경기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의 분수령이지만 구자철 발언을 물고 늘어진 이란 측의 공세로 장외논쟁만 시끄럽게 불거졌다.

발단은 독일 일간 빌트가 지난 6일 보도한 구자철과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구자철은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 소속이다. 구자철은 “테헤란 원정을 이미 경험했다. 테헤란은 일반적인 도시와 다르다. 사람들은 불친절하고, 집에 갇혀 있는 것 같다”며 “나는 숙소 경기장 훈련장만 오간다. 숙소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그것은 꽤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종종 경찰의 호위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국민 전체를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솔직하게 털어놓은 테헤란 원정의 고충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란 언론이 인터뷰 내용을 오역하면서 불거졌다. 이란 언론은 구자철이 이란의 체제를 부정하고 테헤란시민들을 모욕한 수준으로 과장해 보도했다. 구자철이 발설하지도 않은 ‘감옥’이라는 표현까지 실렸다. 이란 기자들은 구자철의 발언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취조하듯 질문을 퍼부었다.

원정팀의 핵심 선수를 심리적으로 압박해 선수단 전체를 흔드는 이란 언론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런 수법은 부실한 훈련장을 제공하고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이란축구협회, 안방에서 유독 자극적인 언사로 도발하는 이란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 원정팀 선수들에게 야유나 욕설로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아자디 스타디움의 10만 관중들과 더불어 테헤란 원정을 고난길로 만드는 요소다.

11일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4차전을 앞두고 구자철 발언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같은 장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의 화두 역시 단연 구자철이었다. 이란 기자들은 이 문제를 수시로 질문해 대답을 유도했다.

기다렸다는 듯 이란대표팀 카를로스 케이로스(63) 감독은 “실망스럽고 섣부른 발언이 나왔다”고 말문을 꺼냈다.이란 선수단의 대표자로 참석한 공격수 아쉬칸 데자가(30·알아라비)는 “구자철을 잘 안다. 경기와 관련없는 말을 왜 했는지 실망스럽다”고 했다.

한국의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은 민주주의를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라며 “구자철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나도 비난을 받을 때가 있지만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냉랭한 분위기를 상쇄하려는 듯 “한국에 훌륭한 선수가 많지만 지금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는 구자철”이라며 웃었다. 결과적으로 구자철은 엉뚱한 해프닝에 휘말려 한국의 7번째 테헤란 원정 주인공이 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