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A등급 악마의 집

입력 2016-10-11 17:32

최근 TV프로그램을 통해 한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의 가슴 저미는 참혹한 실상이 드러났다. 소외받고 힘없는 삶을 사는 노숙인, 정신장애인, 지체장애인에게 마지막 안식처를 제공하는 천국이라 불리던 곳에서 드러난 거짓 같은 진실이다. 세심한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끔찍한 인권유린 사태가 벌어진 범죄시설이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줄곧 A등급을 받았다고 하니 감독기관의 허술함이 한몫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았을 때 벌어진 인권침해나 부랑인·장애인 민간수용시설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긴 하다. 하지만 가장 낮은 이들의 편에 서서 헌신적으로 돌본다는 신뢰를 얻고 있는 종교기관에 소속된 시설에서 인권유린 행위로 인해 수용인원의 10%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도, 처우도 과거보다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는 이 사회가 참으로 놀랍고 안타깝다.

사망자 대부분이 조현병 환자였다고 한다.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명분을 뒤로한 채 방치와 감금, 학대로 동물사육장이나 다름없는 악마의 집에서 살다가 죽어서도 납골당에 집단격리된다니 무심한 우리 사회가 공범은 아닐는지.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몫으로 흐뭇하게 사용돼야 할 세금이 부실한 감독기관 탓에 사람을 죽게 한 직무유기자들의 해외연수비 등으로 쓰였다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가장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앞장서 실천해야 할 기관에서 도리어 무참히 거스른 일에 대해 누구도 개선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왜 모두가 모르는 척 침묵했을까. 법망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인권조차 지켜주지도 못하고, 더불어 살지도 못하니 약자를 잡아먹는 동물의 세계와 무엇이 다른가. 악행이 드러난 것을 계기로 속히 제자리를 찾고 거듭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반성하기는커녕 왜곡보도라며 오히려 억울해하는 모습에 더 분노한다. 이번 일로 인해 참된 자원봉사자들의 선의가 꺾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김세원(에세이스트),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