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인사들의 최고영예인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생애업적상(Life Achievement Award)의 45회(2017년도) 수상자로 다이앤 키튼(70)이 뽑혔다. 1970년 스크린에 데뷔해 ‘대부’(1972)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1977) 등 정극 영화는 물론 우디 앨런과 콤비를 이뤄 그의 코미디영화에서 주연을 도맡다시피 하면서 뛰어난 연기력을 과시하고, 앨런의 영화 중 하나인 ‘애니 홀’(1977)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 배우다. 이로써 생애업적상을 받은 여성은 모두 9명이 됐다. 베티 데이비스부터 릴리안 기쉬, 바바라 스탠윅, 엘리자베스 테일러,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메릴 스트립, 셜리 맥레인, 제인 폰다, 그리고 다이앤 키튼까지.
AFI 생애업적상은 1973년 제정됐다. 대중문화, 특히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사랑을 말해주듯 시상식에는 미국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명예와 권위의 상이다. 제1회 수상자는 존 포드. 원래 이 상은 현역 인사는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나중에 현역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생애’란 말을 붙이기엔 다소 부적절한 ‘젊은’ 사람들이 상을 받는 경우도 생겼다. 45세로 최연소 수상자가 된 톰 행크스(30회)나 48세에 상을 받은 스티븐 스필버그(23회) 같은 이들.
대다수 수상자는 배우와 감독들이지만 유일하게 영화음악가가 선정된 적이 있다. 존 윌리엄스(44회). ‘스타워즈’ ‘조스’ 등 블록버스터 영화의 음악을 만들면서 아카데미상을 5회나 수상한 작곡가다. 그런가하면 부자(父子)가 상을 받은 경우도 있다. 커크 더글러스(19회)와 마이클 더글러스(37회).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당연히 수상자가 됐어야 했을 것임에도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다. 이를테면 찰리 채플린은 냉전 시기 좌익적 성향을 보인 탓에, 또 엘리아 카잔은 ‘매카시 선풍’에 연루된 탓에, 그리고 찰턴 헤스턴은 미국총기협회장을 오래 맡은 탓에 상을 받지 못했다. 이외에도 왜 수상자 명단에서 빠졌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이들이 적지 않다. 존 웨인, 캐서린 헵번, 말론 브랜도, 폴 뉴먼, 스탠리 큐브릭 등. 아무리 권위 있는 상이라도 석연치 못한 구석은 있는가보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91> 영예의 생애업적상
입력 2016-10-11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