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 세운 호랑이 ‘잠실 대첩’
입력 2016-10-11 00:53
득점 없이 맞선 4회초 2사 2, 3루. KIA 타이거즈 타자 안치홍은 LG 트윈스 선발투수 데이비드 허프의 시속 147㎞짜리 패스트볼을 때렸지만 공은 내야로 굴러 유격수 앞으로 흐르고 말았다. 앞서 3회까지 허프에게 압도당해 단 1점도 빼앗지 못한 KIA의 타선이 처음으로 잡은 득점기회는 그렇게 날아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안치홍의 타구는 LG 유격수 오지환의 몸을 맞고 공중으로 솟구친 뒤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때 KIA의 3루 주자 브렛 필이 홈을 밟았고, 이미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었던 2루 주자 나지완이 슬라이딩으로 홈플레이트를 태그했다. 오지환의 뼈아픈 실책이 만든 KIA의 선취점이었다. 3회까지 허프에게 압도당해 단 1개의 안타도 빼앗지 못했던 KIA는 이때부터 급격하게 살아났다.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LG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은 실책이 가른 승부였다. LG는 KIA보다 1개 많은 6개의 안타를 치고도 2대 4로 패배했다. LG의 실책은 2개. 안타와 마찬가지로 KIA보다 1개 많았다. 특히 실점 위기에서 저지른 오지환의 실책이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LG 내야 수비진은 2실점한 뒤 이어진 KIA 김호령의 타석 때 1루에서 도루를 시도한 안치홍을 잡으려다 악송구로 2루를 내줬다. 허프가 김호령을 삼진으로 돌려세우지 않았으면 추가 실점할 수 있었던 위기였다.
반면 KIA의 수비 집중력은 좋았다. 유격수 김선빈은 4회말 1사 1루에서 중견수 앞으로 빠질 뻔했던 채은성의 총알 타구를 다이빙으로 저지해 병살타를 잡았다. 김선빈은 공을 2루로 넘겨 LG 1루 주자 박용택을 잡았고, KIA 2루수 안치홍은 재빠른 1루 송구로 채은성까지 잡았다.
KIA는 6회초에 선두타자로 나선 필이 우전 2루타로 먼저 포문을 열었다. 필은 후속타자 김주찬의 희생플라이 때 3루로 진루한 뒤 나지완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았다. 김주찬은 8회 2사 2루 때 우전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운드에서는 정규리그 15승 5패 평균자책점 3.40을 작성한 KIA의 에이스 헥터 노에시가 7이닝을 5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막고 승리를 이끌었다. 타선에선 필이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물꼬를 텄다. LG는 8회말 뒤늦게 2점을 만회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힘이 부족했다.
전통의 인기 팀들 간의 승부답게 잠실구장 2만5000석은 모두 매진됐다. 지난해 도입해 2년째 시행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관중석 매진은 처음이다. 1루 내야석부터 오른쪽 외야석까지 가득 채운 LG 관중들은 유광점퍼를 입고 ‘무적 LG’를 적은 팻말을 흔들었다. 3루 내야석부터 왼쪽 외야까지는 KIA의 노란색 응원봉이 물결쳤다. KIA가 경기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LG 관중의 열띤 응원은 KIA 관중의 함성소리에 파묻혔다.
KIA는 정규리그를 5위로 마감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탈락할 수 있었지만 이번 승리로 기사회생했다. 11일 같은 장소에서 LG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을 갖는다. 비기기만 해도 준플레이오프로 넘어갈 수 있는 LG가 여전히 유리하지만 KIA가 기선제압에 성공한 만큼 팽팽한 승부가 예상된다.
김기태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이겨서 기쁘다. LG 선수들도 열심히 했고, 허프의 투구도 좋았지만 우리의 운이 더 좋았다”며 “헥터가 잘 던졌고, 필이 출루를 잘했다. 김선빈의 수비도 좋았다”고 총평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KIA는 양현종을, LG는 류제국을 각각 선발로 마운드에 올린다.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