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느헤미야코리아다음학교(대표 전존)는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기독 대안학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벧엘한인교회에서 파송 받은 전존 선교사 부부가 2011년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통일에 대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했다.
50여명의 탈북 청소년이 대학입시 등을 준비하고 있는 이 작은 학교에 10일 낯선 손님이 찾아왔다. 파란 빛의 화사한 원피스를 입은 그는 방한 중인 서맨사 파워(46) 유엔 주재 미국 대사였다.
학교 측은 파워 대사가 이 학교 학생 8명과 샌드위치를 먹으며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파워 대사는 학생들에게 “나도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이다. 함께 온 수행원들도 다 이민자들의 후손이었지만 차별을 이기고 ‘미국의 주인’이 됐다. 여러분도 탈북을 할 때의 그 용기와 강인함으로 이 땅에서의 삶을 개척하라”고 격려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북한을 탈출한 동기와 남한 적응의 어려움을 주로 물었다. 다수는 빈곤을 탈북의 이유로 들었다. 남한에서의 제일 큰 어려움으론 ‘구직’을 꼽았다. A학생은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일자리를 잘 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보스니아내전 종군기자 출신인 파워 대사는 “보스니아는 취재를 위해 입국할 수 있지만 북한은 그럴 수조차 없는 곳이다. 그런 나라를 나온 여러분은 나보다 훨씬 강하다. 앞으로 잘해낼 것”이라고 위로했다. 통일 이후의 꿈에 대해서도 물었다. B학생은 “북한으로 돌아가 일할 것”이라고 했고, 다른 학생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여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 온 북한 여성들은 누구와의 결혼을 선호하나요? 북한 남자? 한국 남자?”
여학생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한국 남성이라고 답했다. C학생은 “북한 여성은 한국 남성과의 결혼을 선호한다. 가부장적 문화에 젖어 있는 북한 남성들은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에 파워 대사의 한 수행원이 한 남학생을 지목하며 “잘 적어둬라”고 해 웃음바다가 됐다. 1시간 30분가량의 간담회는 조금 긴장된 분위기에서 시작됐으나 마칠 때는 화기애애했다. 파워 대사는 헤어질 때 수첩과 펜을 학생들에게 선물로 나눠줬다.
파워 대사는 전날 하나원의 하나교회(황문규 목사) 주일예배에도 비공개로 참석, 북한이탈주민을 격려했다. 그는 “유엔은 북한주민에게 관심이 많다. 북한체제가 공고해 보이지만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곳에 오신 여러분(탈북자)들은 그보다 더 강한 분들이다. 혼란이 있겠지만 새로운 출발, 잘하기 바란다”고 격려했다고 황문규 목사는 전했다.
강주화 이사야 기자 rula@kmib.co.kr
“탈북할 때의 용기와 강인함으로 새로운 땅에서의 삶을 개척하라”
입력 2016-10-10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