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청년의 열정이 있었네… 잡지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 전시회

입력 2016-10-11 18:07
서울 성북구 문화공간 17717에서 지난 8일 열린 ‘뿌리깊은나무·샘이깊은물 소장전’ 개막식에 참석한 관객들이 전시된 잡지들을 둘러보고 있다. 17717 제공

전설적인 잡지발행인 고(故) 한창기(1936∼1997) 선생이 주관했던 월간지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성북구의 신생 문화공간 17717에서 개막된 ‘뿌리깊은나무·샘이깊은물 소장전: 1976년의 봄과 1984년 가을’이 그것이다.

이 전시회는 한창기 선생의 잡지·출판 작업을 망라한다. 잡지 ‘뿌리깊은나무’ 전권(총 53권)과 ‘샘이깊은물’ 200여권을 비롯해 그가 출간한 단행본 25권, ‘한국의 발견’(전 11권)과 ‘민중자서전’(전 20권) 시리즈, 판소리 LP 앨범집이 전시됐다. 또 잡지의 별책부록과 보존판도 빠짐없이 나와있다.

이 전시회는 김선문(32), 신승연(37) 두 청년이 자비로 개최했다.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는 두 사람은 2013년부터 ‘뿌리깊은나무읽기모임’을 진행해오다가 더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 잡지를 알리기 위해 전시회를 마련했다.

10일 전시회장에서 만난 김씨는 “젊은 문화 창작자나 기획자들을 보면 우리 문화에 대해 얘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다들 외국 문화만 얘기한다. 그런 걸 보면서 뿌리가 없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면서 “우리 것들 중에서 바탕이 될만 한 게 뭐 없을까 고민하다가 찾아낸 게 ‘뿌리깊은나무’였고, 청년들에게 이 잡지를 함께 읽어보자고 제안하기 위해 전시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2009년 출판사 열화당이 마련한 잡지 전시회에서 ‘뿌리깊은나무’를 보고 빠져들었다는 김씨는 그때부터 전국의 헌책방과 경매사이트를 뒤져 이 잡지를 수집해 왔다. 그는 ‘뿌리깊은나무’에 대해 “우리 문화의 정수를 알려주는 교과서”라며 “과거의 잡지지만 지금 젊은 세대가 읽어도 좋은 책이다. 어느 호를 펴더라도 지금 읽어도 좋은 말, 지금 시대에는 듣기 어려운 말을 만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30일까지 이어지는 전시회 기간 중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잡지 읽기 모임이 열린다. 26일 저녁에는 서체 디자인 회사 산돌커뮤니케이션의 석금호 대표 강연도 예정돼 있다.

김씨는 “옛날 잡지를 구경하고 가는 전시회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의 씨앗을 한 움큼씩 쥐고 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여러 번 와서 잡지를 읽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어서 전시회를 연장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