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아이콘 유해진 “무명시절? 전 럭키 했죠” [인터뷰]

입력 2016-10-11 18:44 수정 2016-10-11 19:05
코미디 영화 ‘럭키’에서 첫 주연을 맡은 배우 유해진. 그는 “코미디 장르이지만 오버해서 연기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오버하면 오히려 관객의 마음을 밀어내게 된다. 상황이 주는 웃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배우 유해진(46)에게 작품 속 분량은 그리 중요치 않다. 언제 어디서나 그는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니까. 그럼에도 첫 단독 주연은 적잖은 부담인가 보다. 오는 13일 영화 ‘럭키’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는 “걱정이 많이 된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 유해진은 하루 온종일 시간대별로 매체 인터뷰에 응했다. 짤막짤막하게 주어지는 쉬는 시간을 남달리 보냈다. “한 바퀴 돌고 올게요.” 매번 기다렸다는 듯 밖으로 나갔다. tvN ‘삼시세끼’에서 산책을 즐기던 모습 그대로였다.

“생각이 많아질 때 저는 몸을 써요. 누구나 스트레스를 푸는 자기만의 방법이 있잖아요. 전 그렇게 풀어요. 그래서 요즘 많이 뛰죠.”

원톱(One-top) 주연을 맡은 ‘럭키’를 내놓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은 듯했다. 그는 “가능하면 원톱이라는 얘기를 안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저는 원톱이 아니라 트웬티톱(Twenty-top)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토로했다.

코미디 장르인데 웃음을 강요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어 이 영화를 선택했다. 극 중 냉혹한 킬러 형욱 역을 맡은 유해진은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진 뒤 기억을 잃고 무명배우 재성(이준)과 뒤바뀐 삶을 살게 된다. 사실상 1인2역이다. 코믹함을 살리는 것도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격렬한 액션신, 조윤희·전혜빈과의 키스신까지 소화해야 했다.

꽤 고된 과정이었을 텐데 그는 불평 한 마디 없었다. 액션신은 무술팀이 합을 잘 짜줘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키스신은 “무사히 넘어가서 다행”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상대배우를 고려해 관련 이야기를 꺼내기 조심스러워했다.

촬영할 때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느냐고 재차 물어도 답변은 긍정적이었다. 재성의 직업이 무명배우라서 오히려 편했단다. “제가 실제로 겪었던 일이라 공감이 됐어요. 연극할 때 정말 그렇게 생활했거든요. 윗몸일으키기하며 트레이닝 하고, 볼펜 물고 발성연습하고.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그를 배우의 길로 이끈 건 중학교 때 우연히 본 연극 한 편이었다. 고(故) 추송웅이 연기한 ‘우리들의 광대’ 무대에 매료돼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부모의 반대가 심했으나 “내가 진정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이라는 확신으로 밀어붙였다.

무명 시절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렸다. “당시 친구 집에 얹혀살았는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왔어요.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제 생활은 변화가 없었으니까. IMF가 뭔지 정말로 몰랐어요.” 그래도 또 낙천적이다. “비교적 저는 참 운이 좋았어요. 남들보다 일찍 눈에 띈 것 같아요. 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어요.”

유해진은 “연기가 늘 재미있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왜 이렇게 갈수록 힘들까’ 싶고, 부담이 되거나 어깨가 무거울 때도 있고, 때로는 많이 외롭기도 하다고 했다.

“그래도 어떡해요. ‘내가 해야지. 해야 하는 일인데’ 그러면서 다시 하죠. 그러다가도 안 풀리던 연기가 풀리면 기분이 확 좋아져요. 맨날 냉탕온탕이에요. 냉탕과 온탕사이. 하하. 이것도 아재개그인가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