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싱겁게 먹습니까?” “은퇴 후 여가활동을 구체적으로 계획해본 적 있습니까?” “배우자와 다정한 대화나 외출을 얼마나 자주 하십니까?”
위의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의 노후는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그러나 제대로 대답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서울대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는 10일 ‘행복수명’이라는 새로운 지표를 발표했다. 서울대 최현자 교수팀이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인생의 행복, 특히 노년의 행복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 측정했다. 최 교수팀은 노년의 행복은 4가지 요인이 결정한다고 봤다. 건강, 소득, 사회활동, 인간관계다. 4가지 영역별로 10개씩 모두 40개 문항을 만들었다.
20세 이상의 경제활동인구 155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 산출한 행복지수는 74.9세였다. 신체·정신적 건강과 경제적 안정, 대인관계, 사회활동 등을 따져보니 한국인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이는 75세에 조금 못 미친다는 뜻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 83.1세에서 행복수명 74.9세를 빼면 8.2년이라는 시간이 남는다. 즉 올해 태어나는 한국인이 평균 83.1세까지 살 것으로 기대되지만 행복수명인 74.9세를 넘어 노년의 마지막 8년 남짓한 시간은 무의미하거나 힘들게 살다 세상을 떠날 확률이 크다는 것이 서울대 연구팀의 결론이다.
건강·경제·사회·관계 영역 중 한국인의 준비가 가장 덜 돼 있는 분야는 사회활동이었다. 사회활동 수명은 73.2세로 기대수명과 10년이나 차이가 났다. 최 교수팀은 “남성(활동수명 73.3세)이 여성(75.1세)보다 오히려 노년의 사회활동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사회봉사나 종교활동 등에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년의 행복을 좌우하는 요소는 첫째가 건강, 둘째가 경제였다. 행복수명 측정에도 건강에 35.0%, 경제력에 28.8%의 가중치를 각각 뒀다. 사회활동은 20.6%, 인간관계는 15.6%였다. 경제력을 측정할 때는 은퇴 후 월 평균 210만8000원의 소득이 필요한데 자산과 연금·저축, 보험충당액 등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했다.
남자의 평균 행복수명은 74.0세, 여자는 76.3세였다. 나이가 많을수록, 기혼자나 자녀가 있는 사람이 미혼이나 자녀가 없는 사람보다 행복수명이 3∼4년 길었다. 최 교수는 “노후준비에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이를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면 행복수명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행복수명을 직접 측정해볼 수도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자가진단 서비스 홈페이지(100happylife.or.kr)에 접속, 설문에 응답하면 자신의 행복수명과 4가지 분야별 측정 수치를 계산해준다. 위원회는 100세를 의미하는 10월 10일을 ‘행복수명데이’로 정하고 노후준비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당신은 행복할 준비가 돼 있습니까?
입력 2016-10-1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