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재건축·분양 시장 과열 문제를 가계부채 대책과 연결해 금융위에 묻는 건 어색하고 잘 안 맞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8·25 가계부채 대책’이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에 다소 억울하다는 듯 이렇게 답했다.
임 위원장은 “8·25대책은 부동산이 아닌 가계부채를 겨냥한 것”이라며 “분양시장 과열 문제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대책 발표 후 수도권 집값은 0.6%, 비수도권은 0.25% 상승했다는 점을 들며 전국적 집값 상승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8·25대책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이었지만 아파트 분양시장에 공급을 줄이는 내용이 골자였다.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을 빌려주는 집단대출의 급증세를 분양 물량 축소로 원천봉쇄하자는 취지였다. 초점은 가계빚 축소에 있었으니 이 때문에 집값이 오른 건 국토교통부에 물어보란 얘기였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낸 대책인데 금융위에 일방적으로 화살이 쏟아지는 측면도 있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이슈부터 뭇매를 맞은 금융위로선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나’라는 불만이 나올 법도 하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이 있다면 금융위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이는 임 위원장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의 서울 재건축 아파트 폭등세를 8·25대책과 직접 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것만은 아니다. 대책 이후 1주일 새 1억원이 올랐다는 곳도 있고, 강남권 집값은 3.3㎡당 평균 4000만원을 처음 돌파했다. 비강남권과 수도권으로 오름세가 확산되고 있다. 공급 축소가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건 대책 발표 때부터 나온 지적이었다.
임 위원장이 나서서 화살을 맞는 것은 억울하겠지만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나 부동산 대책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숨어버렸으니 답답한 기자들은 어색하더라도 그에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8·25대책 이후 상황 혹은 후속 대책을 경제부처들이 제대로 논의하고는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나성원 경제부 기자 naa@kmib.co.kr
[현장기자-나성원] 임종룡의 하소연
입력 2016-10-10 18:50 수정 2016-10-10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