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바이코리아’ 4개월째… 유럽 자금이 주도
입력 2016-10-11 04:44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바이 코리아’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안에 한 차례 인상 예고는 돼 있지만 미국 금리인상 속도 자체는 늦춰질 것이란 전망 속에 외국인 자금 유입이 계속되면서 원화가치는 달러화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외국인, 올 9월까지 11조원 순매수
금융감독원이 10일 내놓은 ‘9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을 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 주식 약 1조62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6월부터 4개월 연속 순매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눈독 들인 주식은 현대차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9월 한 달간 약 2367억원 규모의 현대차 주식을 사들였다. LG생활건강이 1650억원, 삼성물산이 124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순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전체 상장주식 보유규모는 전체 시가총액의 30%를 넘는 470조8000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4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 470조8860억원에 근접한 수치다. 올 들어 9월까지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액은 11조1020억원에 달한다.
흐름을 주도한 건 유럽 자금이었다. 지난달 유럽 전체에서 약 1조5000억원이 국내 주식시장에 들어왔다. 룩셈부르크와 영국이 이 중 각각 9000억원과 4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로써 유럽 투자자들은 우리 주식시장의 29.7%인 139조6000억원어치 주식을 보유, 40%인 미국과의 격차를 좁혔다. 지난 6월 말 발생했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는 현실화하지 않은 셈이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7000억원이 나가며 순유출 추세가 2개월째 이어졌다. 전체의 39.6%로 외국인 중 가장 많은 국내 채권을 보유한 아시아 지역 투자자들이 이를 주도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액은 95조2000억원이 됐다.
원화 강세 당분간 이어질 듯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1원 하락한 달러당 1108.4원에 장을 마감했다. 당초 환율은 전날보다 11.3원 떨어진 1104.2원으로 개장했으나 이후 낙폭을 만회했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지난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인상을 미루면서 ‘연내 금리인상은 하지만 이후 인상 속도는 완만하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됐기 때문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고, 연방준비제도(Fed)가 장기적으로 속도를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며 “강달러를 받쳤던 또 다른 축인 유럽과 일본의 통화완화 강도도 강해지지 않고 있어 탄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등 미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된다는 점도 금리인상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이유로 꼽힌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비해 우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불확실성을 낮춰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르면 이번주 말 발표될 예정인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도 원화 강세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은 지난 4월 발표 당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 급격한 원화 약세는 미국과의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환율보고서 발표 전에는 원화 강세가 계속됐다”며 “외환당국이 미세조정을 하기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글=백상진 조효석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