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도 얼굴 맡긴 ‘성형 명의’ 알고보니 간호조무사

입력 2016-10-10 18:40

손 기술이 좋은 것으로 소문났고, 여자 연예인 여러 명을 담당했던 ‘성형외과 선생님’이 사실은 간호조무사였다. 비뇨기과 전문의는 성형외과를 차린 뒤 이 가짜 성형외과 의사에게 성형수술 과외까지 받았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의사 면허도 없이 성형외과 원장 행세를 하며 성형수술을 한 혐의(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로 간호조무사 임모(65)씨를 구속하고 임씨를 고용한 병원장 강모(4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임씨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강남구 A의원에서 환자 186명에게 쌍꺼풀 수술, 코 높임 수술 등을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임씨는 말재주가 좋고 수술 실력이 뛰어나 환자와 간호사들 사이에서 ‘손 기술 좋은 선생님’으로 소문이 날 정도였다. 임씨의 환자 중에 여자연예인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임씨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다. 의무병으로 군 생활을 마친 임씨는 성형외과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 어깨 너머로 성형수술 기술을 배웠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5월 A의원을 인수한 강씨는 임씨가 간호조무사인 것을 알면서도 ‘원장’으로 고용하고 수술을 하도록 했다. 성형수술을 해본 적이 없는 강씨는 임씨가 수술을 할 때 옆에서 지켜보며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이들은 회당 120만∼150만원을 받아 모두 2억4000만원 상당을 수술비용으로 챙겼다. 경찰은 강씨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성형수술을 주로 하는 A의원을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압수한 임씨의 휴대전화에서 ‘출장 수술’로 의심되는 일정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임씨에게 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부작용 등 피해 사실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

글=김판 기자 pan@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