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칭기즈칸 가계’의 비밀이 풀렸다. 2004년 몽골 동부 타반 톨고이 지역에서 발견된 5구(남성 3구, 여성 2구)의 고인골(古人骨)은 12∼13세기 칭기즈칸(1162∼1227)의 생존 전후 황족(황금씨족)의 일원이라는 단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제시됐다. 또 칭기즈칸의 아버지 쪽 조상은 기존에 알려진 동북아시아가 아니라 서양인과 같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광호 중앙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몽골국립대와 함께 진행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10일 밝혔다. 고인골 중 여성 1구는 발견 당시 무덤 양식과 내부 구조, 부장품 등으로 미뤄 황족일 가능성이 제기돼 ‘몽골 여왕’으로 불렸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결과 남성 3구와 여성 1구는 극동아시아에 기원을 둔 동일한 모계임을 보여주는 유전자형(D4하플로타입)을 갖고 있었다. 이들이 모자 사이이거나 형제자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나머지 여성 1구는 이들과 다른 유전자형(CZ하플로타입)을 나타내 황금씨족으로 추정되나 생물학적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남성 3구의 ‘Y염색체 단일염기다형성(Y-SNP)’ 분석에서 모두 영국 등 유럽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분포하는 유전자형(R1b-M343형)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는 칭기즈칸 가계의 부계 기원이 기존에 알려진 몽골로이드 계열이 아니라 유럽과 중앙아시아 등에 분포하는 코카서스 계열일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유전자형으로 보면 칭기즈칸 부계가 서양인과 동일한 조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고인골들은 칭기즈칸의 직계 자손이거나 칭기즈칸이 딸들을 시집보내 지배했던 옹구드족 또는 전통적 몽골 황후 가문인 옹기라이트족과의 혼인에 의해 태어난 황족의 일원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칭기즈칸과 서양인은 같은 조상?
입력 2016-10-10 2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