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 지난 채권 추심 못해… 빚 독촉도 하루 2회만

입력 2016-10-10 18:47

지난 4월 A씨는 우편함에서 낯선 서류 하나를 발견했다. 모 채권추심업체에서 아버지 앞으로 보낸 빚 독촉 서류였다. 십수년전 아버지가 공장을 운영하면서 갚지 못한 자재대금 200만원 때문이었다. 당시 돈을 받지 못한 상대 업체 대표가 2009년 헐값에 추심사에 채권을 팔아치운 게 뒤늦게 말썽이었다. 지연이자 때문에 금액은 약 300만원으로 올라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빚 독촉에 A씨는 한동안 법원을 오가며 속을 앓아야 했다.

이달 말부터는 A씨와 같은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0일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행정지도로 시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 말부터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 추심 행위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적용 범위도 금감원에 등록된 대형 대부업체까지 늘어난다. 빚 독촉 횟수는 1일 2회로 제한된다.

채권자인 금융사는 소멸시효가 다 된 대출채권을 직접 추심할 수 없다. 채권추심회사에 이를 위임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로써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부활과 매각 행위가 금지된다. 금융사의 채권은 일반적으로 5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변제 의무가 사라진다. A씨의 아버지처럼 자재대금일 경우 소멸시효가 3년으로 현 시점에서 추심사의 추심행위 자체가 가이드라인을 어긴 게 된다.

채무 독촉은 하루 두 번을 넘어선 안 된다. 여기에는 전화와 이메일, 방문 등 직간접 접촉이 모두 포함된다. 현재 대부분 채권추심사는 내부 규정에서 1일 제한을 3회로 정해놓은 상태다. 채무자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이를 서면으로 채권자에게 통지한 경우 채권자는 채권과 관련해 방문이나 연락이 금지된다.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이에게 추심을 위임해서도 안 된다.

추심에 앞서 거치는 절차도 까다로워졌다. 금융사는 먼저 채권추심자의 입증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입증자료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채무확인서를 채무자에게 내놓지 못하면 추심을 할 수 없다. 추심 착수 3영업일 전에는 채권추심 처리절차와 불법채권추심 대응요령, 소멸시효 완성채권 관련 유의사항 등을 채무자에게 알려야 한다. 불법추심이 행해질 때 채무자가 즉각 대응하게 하기 위해서다.

가이드라인은 행정지도로서 강제성이 없다. 금융당국은 이를 각 금융사가 내규에 반영하고 준수하도록 수시로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