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인 테레사 메이(60·사진)가 슬슬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본색은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도 달랐다. 경제 해법은 좌파적인데 이민 문제에는 강경하다. 경제적 불평등과 이민 유입에 불만이 많은 노동자 계층을 잡으려는 전략이다.
메이 총리는 지난 5일 보수당 대회에서 연설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사회적 이슈에선 좌파가, 경제 문제에선 우파가 이겨 ‘자유시장 경제를 신봉하는 문화적 진보주의’라는 절충안이 득세했는데 메이는 딴판이었다”고 평가했다.
메이는 “사회주의 좌파와 자유주의 우파라는 이념적 전형을 거부하고, 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새로운 중심지대(center ground)를 받아들일 때”라고 말했다. 정부 역할 강화에 방점이 찍힌다. 지난 수년간 보수당 정권은 정부 개입을 줄여왔다.
불평등을 바로잡고 평범한 노동자에게 유리한 경제를 창출하는 게 메이가 말하는 정부 역할이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 희생이 가장 컸던 계층은 돈 많은 사람이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탈세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을 엄히 다스리겠다고 밝혔다. 메이의 경제 인식은 반기업적인 에드 밀리밴드 전 노동당 대표를 연상시킨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했다. 자유시장주의 신념이 투철했던 대처와 갈라지는 대목이다.
반면 사회 문제에선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 전 대표를 능가할 정도로 강경보수 성향을 나타냈다. 메이는 애국주의를 혐오하고 이민 우려를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하는 진보 정치인·평론가를 비난했다. 또 기업이 외국인을 얼마나 고용하고 있는지 공개하도록 해 내국인 고용 비율이 낮으면 망신을 주겠다고 했다. 확고한 이민 반대 입장은 메르켈 총리와 대척점을 이룬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사설에서 “정부가 경제·사회적 선(善)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의 연설이었다”며 “메이가 말한 진짜 변화가 가능한지 여부는 정책과 행동이 보여줄 것”이라고 논평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경제좌파-이민우파 ‘메이 총리의 본색’
입력 2016-10-1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