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워싱턴 향한 北 ‘도발 시계’… 美 대북정책 전환 노린다
입력 2016-10-11 04:00
북한이 노동당 창건 71주년인 10일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도발 시계’는 당분간 미뤄지게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대선이란 ‘대형 이벤트’를 노리고 어떤 식으로든 도발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르면 미 대선 선거일인 다음달 8일 전후, 늦어도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1월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은 미국 대선 일자를 전후해서 더욱 높을 것으로 본다”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화 없이 계속 가는 상황에서 ‘민주·공화 양당이 결단을 내리라’는 그런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 대선 전후, 새 정부 출범을 주목해 볼 만하다”고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수년간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기 전까지 어떤 대화도 거부하는 ‘전략적 인내’를 정책 기조로 삼았다. 2012년 북·미 대화로 어렵게 얻어낸 2·29합의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깨버린 ‘교훈’에 따른 것이다.
이런 대북 압박 기조는 북한이 올해 초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다시 감행하면서 더욱 굳어졌다. 한·미·일을 중심으로 한 대북 공조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은 심화됐으며 비교적 친북적인 중국과 러시아 또한 ‘북핵 불용’ 입장만큼은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의 정권 교체를 좋은 기회로 판단할 만하다. 이미 미국 내 여론은 지난달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기점으로 ‘대북 협상론’과 동시에 ‘대북 선제타격론’이 동시에 불거지는 등 어떻게든 현 상황을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론의 압력을 받는 새 행정부 입장에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예상되는 대북 선제타격보다는 대북 협상이 그나마 현실적인 카드다. 최소한 ‘핵 동결’을 전제로 한 북·미 대화가 열린다면 북한은 그토록 바라던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 정치일정에 맞춰 (핵)실험에 성공한다면 미국의 주의를 끌어당겨 미국 정부의 차기 국정 순위에서 한반도 문제가 제일 높은 순으로 올라올 것”이라면서 “북·미 직접회담,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등을 줄줄이 해결하려는 유혹은 계속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발 수단은 스커드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보다는 일본과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 또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이 우선 꼽힌다.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하고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 또는 ‘KN-14’를 택할 수도 있다. 6차 핵실험이나 인공위성 탑재 미사일 발사 등 고강도 도발 가능성도 물론 상존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6차 핵실험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새 행정부로 넘어가는 내년 1월부터 새 행정부가 대북 정책과 인선을 구체화하는 시점, 즉 대북조정관이나 6자회담 수석대표 등 진용을 꾸리는 내년 6∼7월 안에 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대북 메시지가 자신들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1∼6월 사이 6차 핵실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조성은 정건희 기자 jse130801@kmib.co.kr